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지금 이뤄지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법무부가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박 장관이 이날 폐쇄 방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인 가상화폐 열풍이 4차 산업혁명의 일환인 블록체인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당국의 침묵은 다소 의아한 감이 없지 않다.
아울러 김 부총리는 지난달 11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투자자 보호나 투자 과열과 관련해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혁신적인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투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정부의 핵심 정책인 혁신성장과도 맞닿아있는 만큼 쉽사리 규제하기는 곤란하다는 고민을 드러낸 것이었다.
경제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을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한 뒤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경제현안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김 부총리는 두 차례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일부 부동산 시장 과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가상화폐와 관련되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취재진과의 접촉도 피하는 모습이었다. 통상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짧게라도 질의응답을 진행했지만, 이날은 현안간담회 참석을 이유로 생략했다. 현안간담회가 종료한 뒤에는 식사 일정 등을 핑계로 질의응답을 사양했다.
취재진은 현안간담회가 끝난 뒤 부총리 집무실 앞에서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김 부총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법무부의 거래소 폐지 방침이 정부부처간 얘기된 것이냐'는 질의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과 관련해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인상을 남긴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보통 취재진 앞에서 현안에 대해 코멘트 하는데 오늘은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늦게 끝났다. 바로 움직여야했고, 경제현안간담회가 끝나고 나서는 장소가 집무실이라 (취재진을 만나기가)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가 그간 주요 현안 질의를 피하지 않았고 충분히 입장을 밝힐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거래소 폐지와 관련해 경제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에 경제부총리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 지난해 법인세 인상 과정에서 터져나왔던 '김동연 패싱'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대로 이미 깊은 교감이 이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산업 자본화해야될 자금이 가상화폐 거래로 빠져나간다.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를 생각하면 금액이 너무나도 크다"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맹점을 짚었다. 그리고 정부는 이날 김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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