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후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박 장관의 언급에 대해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 박 장관의 발언이 개인 입장이 아니라 조율된 정부 방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책임 있는 정부기관 수장들의 언급에 제동을 건 것은 이들의 언급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반발 글들이 쇄도하는 등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일단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장관과 최 위원장의 언급은 범정부 조율을 거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입장을 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장관 등 개인의 소신을 밝힌 것이지 범정부 간 협의된 언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박 장관 발언이 부처간 조율됐다는 최 위원장의 말은 잘못됐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조율됐다는 것은 청와대와 총리실, 기재부, 법무부, 금융위 등 관련 부처가 의견을 하나로 모아 차관회의나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리기 직전의 상태를 의미할 텐데 그렇게 의견을 모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처 조율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런 방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법무부가 그런 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는 물론 관련 부처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해진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윤 수석이 박 장관의 발언을 부인하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낸 것은 오후 5시 22분으로, 박 장관의 언급이 보도된지 5시간 22분이나 지나서 나왔다는 점에서 박 장관 및 최 위원장의 언급에 대한 후폭풍이 생각보다 거세자 뒤늦게 이를 가라 앉히기 위해 입장을 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청와대가 가상화폐 거래 금지라는 초강력 안을 내놓은 법무부 등의 의견에 제동을 건 만큼 조속히 범정부 조율 과정을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이 이날 언급했듯이 가상화폐 거래의 지나친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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