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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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칼 빼든 정부

정부 “투기·도박과 비슷한 양상” 지적 / 박상기 법무 “거래금지 특별법 준비” / 청와대선 “확정된 사안 아니다” 제동 / 투자자 등 반발… 비트코인 가격 ‘출렁’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거래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가상화폐는 물론 관련주들이 급락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진화에 나선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은 아니며 정부 조율을 거쳐 입장을 정하겠다”며 법무부안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비이성적 투기 상황을 고려해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법무부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가상증표(가상화폐) 거래 금지에 관한 특별법’ 초안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 금지 의무를 부여하고,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거나 중개영업 광고를 했다가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블(거품)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나 그런 걸 생각하면 그 금액이 너무나 커 우려하는 것”이라며 “해외 언론에 ‘김치 프리미엄’이란 말이 등장한 것만 봐도 한국 가상화폐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장관의 발언 소식에 재계와 학계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란 비난이 일었고, 청와대 홈페이지엔 ‘가상화폐 거래 금지를 막아 달라’는 국민 청원이 줄을 이었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거래소 폐쇄 방침을 두고 정부 안에서 혼선이 빚어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일 2000만원대이던 비트코인은 박 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후 17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청와대 설명 후 다시 올라 2000만원선에서 등락했다.

김건호·배민영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