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와 블록체인 지원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파생 상품 개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IT서비스 업체들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다퉈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진출했던 업체들은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물류 사업을 추진 중인 SK주식회사 C&C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라며 "현재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은 크게 관련이 없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를 준비 중인 LG CNS 관계자는 "큰 영향은 없다"며 "오히려 이번 이슈를 계기로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려는 기업들이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한 파생 상품 시장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확대로 관련 시스템 구축 등 부가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 규제로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중소업체들이 많은데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상품 개발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규제의 범위와 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공공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일종의 묶음(block) 형식으로 분산·저장해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공유한다. 구축 비용이 적게 들고 보안성이 뛰어나 금융·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이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2022년 100억달러(한화 약 1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블록체인의 성장성에 주목한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관련 사업을 확대해왔다. 정부도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나섰지만 기존의 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게 IT업계의 예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의 하나"라며 "보안·물류 등 여러 산업과 연관성이 많기 때문에 균형이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안업계는 오히려 거래소 규제로 보안·관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등 정보보호 인증을 요구하면서 보안업체로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금융권 수준으로 보안 지침이 강화될 경우 새로운 사업 영역이 생기는 셈"이라면서도 "거래소가 해커들의 집중 타깃인 만큼 침해 사고가 일어날 위험도 커 보안업체 입장에서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가상화폐 붐으로 호황을 누리던 PC 장비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그래픽카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공급 물량을 크게 늘렸으나 거래소 규제로 당분간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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