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평창 격돌, 별과 별] ‘태양은 하나’… 2연패냐, 새 대관식이냐

하뉴, 소치金 … 예술성 뛰어난 최강/첸 ‘점프기계’ 별명… 절정의 기량
하뉴 유즈루(왼쪽), 네이선 첸
라이벌(Rival)은 적(enemy)과 다르다. 경쟁하면서도 공생하는 사이다. 적은 그저 섬멸시켜야만 하는 존재라면 라이벌은 서로의 존재 덕분에 자극을 받고 더욱 발전하는 동력을 불러일으킨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수많은 라이벌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피겨왕자’ 하뉴 유즈루(24·일본)와 ‘점프기계’ 네이선 첸(19·미국)이 펼치는 남자 피겨 싱글은 그중에서도 특히 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하뉴는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는 2014 소치에서 아시아 국가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남자 싱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그랑프리 파이널 4연패(2013~16)를 달성했고, 세계선수권 우승 2회(2013~14, 2016~17) 등 현존하는 최강의 남자 피겨 선수로 꼽힌다. 남자 싱글 쇼트(112.72점), 프리(223.20점), 총점(330.43점) 세계기록도 모두 하뉴의 몫이다. 여기에 미소년 외모로 스타성까지 겸비해 일본 안팎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뉴는 딕 버튼(미국, 1948년, 1952년 올림픽 금메달) 이후 66년 만에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하뉴에게 도전장을 내민 첸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 5종(러츠, 플립, 살코, 룹, 토룹)을 실전 경기에서 뛴 첫 선수이자 모두 뛸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시니어 첫 시즌이던 2016~1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하뉴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2017~18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프리에서만 5번의 4회전 점프를 선보이며 하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하뉴의 조국인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7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이다.

하뉴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해 2017 그랑프리 파이널에 불참했다. 첸은 우승 직후 “하뉴가 경기장에 없어서 허전했다”고 큰소리치며 자신감을 온몸으로 표출했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첸이 하뉴에게 도전하는 모양새지만, 현재의 흐름은 오히려 첸이 지키고 있는 남자 싱글 정상을 하뉴가 탈환해야 하는 분위기다. 하뉴에겐 평창이 부상복귀전이자 올림픽 챔피언 자리를 지킴과 동시에 첸에게 빼앗긴 정상 자리를 다시 가져와야 하는 막중한 무대인 셈이다.

두 선수 간의 맞대결 성패는 ‘쿼드러플 점프’와 ‘예술성’에서 갈릴 전망이다. 4회전 점프에 관해선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첸으로서는 막 부상에서 복귀한 하뉴보다 우월한 점프능력을 과시할 게 분명하다. 남들은 한 번을 하기도 힘들다는 4회전 점프를 첸은 한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초로 7차례나 구사할 정도다. 이에 하뉴는 첸의 약점으로 꼽히는 예술성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뉴 역시 4회전 점프에는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클린 연기를 펼치면서 예술점수를 크게 가져간다면 하뉴도 승산은 충분하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