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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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직 돌려막기’ 급급… 말뿐인 정규직화

전북 공공기관 ‘늑장행정’/지난 7월 道 전환 대상 390명/심의 늦어져 305명이나 퇴사/올해도 임시직 채용 계획 세워/도교육청도 처우 개선 수수방관/5200명 중 85명만 대상자 꼽아/전북대 나홀로 117명 정규직화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무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지 6개월이 됐으나 전북도 등 주요 기관이 ‘임시직 돌려막기’에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반감되고 있다.

15일 전북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난해 7월 본청과 20여개 산하기관에서 채용한 계약직 근로자 524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심의 대상자는 39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일자리를 유지 중인 계약직은 85명(21.8%)에 불과할 뿐이고 305명(78.2%)은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7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단시간 근로자 등 모든 상시지속업무 직종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전북도는 올해 또다시 376명 규모의 비정규직 채용계획을 세웠다. 향후 농업기술원 공동연구사업 참여 예정자 등을 포함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5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힘쓰기보다 임시직으로 일자리를 돌려막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전북도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지난해 10월 말 공무원과 외부 기관단체 추천인사 7명으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공전했다. 이른바 ‘반노동계’ 인사들만 위촉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곧바로 해산했기 때문이다. 그 후 지난달 뒤늦게 심의위를 재구성해 현재까지 모두 3차례 위원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은 청소와 초등 돌봄 강사, 유치원 시간·기간제 교사, 당직 근로자 등 67개 직종에 52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시설관리원 85명만 꼽고 있다. 도교육청은 나머지 모든 직종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초등돌봄 강사들은 “전국 돌봄 강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추세이지만 전북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도교육청 앞에서 최근 몇 달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에 전북대는 올해 들어 전국 국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청소용역 근로자 117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남호 총장은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도출해냈다”며 “이번 정규직 전환이 사회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올해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채용계획을 수립했다”며 “실제 채용은 정규직 전환심의 대상이 아닌 육아나 출산휴가 대체자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