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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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다르다?…정부 대책에 우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는 강력히 규제하되 블록체인(Blockchain)은 육성하겠다'는 주장을 펴면서 전문가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을 구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경제적 인센티브 시스템인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자체가 몰이해의 표현이거나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최근들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는 입장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특히 IT분야를 전담하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차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언급, 전문성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일종의 디지털 거래 장부로, 정보가 담긴 블록(block)을 네트워크 참여자들 사이에서 공유하면서 이를 사슬(chain) 형태로 연속해서 암호화하는 시스템이다. 거래 내역을 저장하는 중앙 서버가 필요 없고 모든 블록을 위·변조하는 게 어려워 보안성이 높고 처리 절차가 빠른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미 2015년에 블록체인을 미래사회를 바꿀 21개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

블록체인은 크게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 나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누구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채굴할 수 있는 개방형 블록체인이다. 반대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공공기관 등에서 허락된 소수의 참여자가 폐쇄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술이다.

암호화폐는 거래 인증 참여자가 채굴(마이닝)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채굴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수학 연산 문제를 푸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참여자는 채굴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직접 암호화폐를 채굴해야 하는데, 외부의 해킹 위협과 내부의 장부조작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퍼블릭 블록체인과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별개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암호화폐는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박성중 동국대학교 블록체인 센터장(교수)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방향성은 암호화폐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역기능이나 불법적인 것이 일어나면 강력히 규제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써야 하는데 기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호화폐가 왜 필요한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지한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그러니깐 법무부 장관 입에서 '가상화폐는 돌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가 깊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너무 부정적인 시각에 매몰돼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사실상 구분 짓기 어렵다"며 "암호화폐는 새로운 금융산업을 일으킬 성장동력이다. 그런데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투기다, 버블이다'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를 투기라 규정하며 이를 억제할 규제 방안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동시에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블록체인을 블록(block·규제)할 생각은 분명히 없고 육성하겠다는 것"이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하나인 것은 아니다. 정부는 블록체인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 점에서 앞뒤가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도 이와 같은 입장이다. 유영민 장관은 지난해 송년기자간담회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해서 봐야한다"며 "블록체인은 과기정통부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영민 장관의 발언은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 등 부작용을 우려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를 '투기'라 규정하며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까지 폐쇄할 정도로 강력히 규제하면서 블록체인은 육성하겠다는 방침에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주식은 거래 못하게 막고 벤처는 육성하겠다는 소리랑 같다”고 지적했다.

박성중 교수는 "정부의 정책은 블록체인은 활성화하고 암호화폐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질이 잘못됐다"며 "정부의 투트랙은 암호화폐를 활성화하고 부작용은 강력하게 규제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암호화폐 활성화 정책은 작년에 금융위에서 내린 ICO 전면금지 정책부터 전면철회 해야한다"면서 "동시에 시세 조작 세력이나 탈세 등의 부작용에 대해선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