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에서 서울시와 ‘맑은하늘만들기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정차된 차량 앞에 현수막을 펼치고 ‘시민자율참여 차량 2부제’를 홍보하고 있다. 김유나 기자 |
A씨는 “그냥 거리에 현수막을 걸어둔 것도 아니고, 차를 향해 서서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캠페인 타킷이 이미 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 같았다”며 ”‘왜 2부제에 참여안하냐’고 질책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행신호 내내 현수막을 마주보고 있다보니 내가 차를 가지고 나온게 잘못인가 싶어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며 “현수막을 봤다고 차를 다시 집에 갖다놓을 수도 없는건데, 차 가지고 나온 사람들한테 죄책감만 주는 캠페인 아니냐”고 꼬집었다.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와 ‘맑은하늘만들기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시민자율참여 차량 2부제’를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서울시의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핵심은 시민 차량 2부제다. 교통량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출퇴근시간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면서 차량2부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두번째로 시행됐다.
차량 2부제는 강제성이 없는만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아직 비상저감조치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시민도 많은만큼 참여율은 높지 않다. 이때문에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캠페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시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말 그대로 아직 '자율 참여’니 상황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고, 개인 차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왜 굳이 차 가지고 나온 운전자들한테 왜 현수막이나 피켓을 들이미는지 모르겠다. 정차한 차 앞에 일렬로 늘어서서 현수막을 펼쳐드니 위압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은 “대중교통 무료 운행 등 비상저감조치 시행이 어제 오후에 결정된만큼 어제 미리 ‘내일은 2부제에 참여해달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직장인 B씨는 “자율에만 맡기면 아무도 안 지키려 할 것 같다. 저렇게라도 해야 차가 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차를 가지고 나온 것은 할 수 없지만 다음에 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2부제에 참여해달라는 의미에서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라며 “운전자들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