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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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지구의 미래] 뜨거운 커피 컵뚜껑서 환경 호르몬 나온다? NO!

대부분 폴리스티렌… 호르몬 교란 없어 / 커피 젓는 스틱·컵 안 코팅제도 무관
“뜨거운 커피 마실 때 뚜껑 덮지 말고 드세요. 환경호르몬 나온대요.”

인터넷을 보면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플라스틱컵이 뜨거운 음료에 닿으면 플라스틱에 있는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온다는 이야기다.

최용훈 식품의약품안전처 첨가물기준과 서기관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플라스틱이 환경호르몬 논란을 일으킨 건 오래된 이야기다. 수많은 플라스틱 가운데 흔히 PVC라 부르는 폴리염화비닐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아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PVC를 만들려면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라고 하는 가소제를 넣는데, DEHP가 바로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의 하나다.

또 다른 용의자는 비스페놀A(BPA)다. BPA는 폴리카보네이트(PC·플라스틱의 일종) 분자의 구성물질이다. 그런데 이 PC의 분자 사슬은 뜨거운 물에 느슨해져 BPA가 쉽게 빠져나오게 하고, 이 BPA는 우리 몸에서 에스트로겐 흉내를 내며 내분비계를 교란한다.

지난 15일 경기 하남시 창우동 대원리사이클링 집하장에서 직업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종류별로 분리하고 있다.
뜨거운 커피컵의 뚜껑은 대부분 폴리스티렌(PS)이다. PS에는 DEHP나 BPA와 같은 환경호르몬이 아예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커피컵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는 게 최 서기관의 설명이다.

스틱(PP·폴리프로필렌)이나 커피컵 안의 코팅제(PE·폴리에틸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한 환경단체가 ‘커피컵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나온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는 등 커피컵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최 서기관은 “유해한 물질이라고 하면 환경호르몬만 있는 게 아니라 중금속도 있고 기타 독성물질도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는 항목에는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S 컵 뚜껑의 경우 총용출량은 L당 30㎎ 이하, 휘발성물질은 ㎏당 5000㎎ 이하의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