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 1, 2학년 학부모들은 청와대 누리집의 국민청원 게시판 등 주로 인터넷 공간에서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린 한 학부모는 “그나마 학교에서 방과후 영어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었는데 3월부터는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제정에 따라 3년간 유예 기간을 둔 뒤 올해부터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국가 교육과정상 영어가 초등 3학년부터 편성되기 때문이다.
초등 저학년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아이들이 영어교육 공백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권모(38·여)씨는 “아이가 유치원 때 영어를 재미있게 배웠는데 앞으로 2년 동안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는 철회하거나 다시 유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어느 정도 혼란이 있겠지만 초등 3학년 영어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므로 조금만 믿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에 찬성하는 교육단체들은 교육부 발표 이후 앞다퉈 성명을 내 유감을 표하는 한편,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시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논평에서 “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방과후 수업만 규제하면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어학원들의 선행교육 규제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은 올해 3월부터 규제하겠다면서도 더 어린 유아들에게는 이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며 “유치원·어린이집에도 초등 1, 2학년과 동일한 조처를 하고 사교육 규제 방안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설익은 정책을 들고 나왔다가 여론에 떠밀려 철회하면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오락가락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며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방과후 영어수업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교육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