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김 여사의 명품 구입에 쓰인 특활비 규모가 3000만∼4000만원 선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 나와 “1억원 중 3000만∼4000만원 정도가 2011년 영부인의 미국 국빈방문 시 행정관에게 돈을 줘서 명품을 사는 데 쓰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다시 확인했다”며 “1000만원 이상을 외국으로 반출했을 경우 외환거래법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고비가 세 번 있었고, 아주 경천동지할 별의별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며 “그것을 헤쳐나왔지만 후유증이 대통령 (당선) 후까지 갔고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명품 쇼핑은 댈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활비가 김 여사의 사적 소비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대규모 비리사건에 쓰였을 것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은 검찰의 철저 수사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이 전 대통령 성명서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국가원수로서 품위를 잃지 말고 당당히 사법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오재훈 변호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명의로 된 고소장을 든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는 19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자신의 명품 구입에 사용됐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분노’ 발언과 관련해 ‘한풀이 보복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최후의 통치권자가 냉정이 아닌 분노의 감정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정치보복이고 그 순간이 정치보복이 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게 범죄행위가 있다면 원칙대로 수사하되 한풀이 수사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성명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에 침묵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일이 장기전이 될 것이므로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당이 제기한 김 여사에 대한 특활비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김 여사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의혹을 제기한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과도한 법적 대응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물타기이자 방어막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놓고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 전 대통령 측을 성토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강한 어조의 입장을 이미 밝힌 만큼 앞으로는 문 대통령이 직접 각을 세우는 일을 피하고, 대신 참모들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응할 방침이 세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전·현 정권 정면 충돌 양상과 무관하게 이 전 대통령 부부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상황과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세준·유태영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