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처음부터 전문대를 노리는 고등학생은 많지 않다. 전문대 졸업생이 얻는 일자리 질이 대체로 일반대 졸업생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대 취업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폴리텍대 같은 기능대학 취업률(2015년 기준 83.2%)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사회적 인식은 낮고, 정부의 관심은 적고, 산업구조 또한 창의융합 쪽으로 재편되다 보니 전문대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교육부는 최근 ‘전문대학 제도 개선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전문대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해 명실상부한 대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키우겠다는 게 핵심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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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상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스튜디오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교육부의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및 ‘특성화 전문대학’(SCK) 육성 사업 지원 대학인 한국영상대는 창의적 영상콘텐츠 제작을 위한 직무전문교육과 문화콘텐츠 제작 단지형 캠퍼스 구축 등을 통해 방송영상 특성화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영상대 제공 |
추진 방안은 크게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평가 체제 개선 △교육과정 내실화 지원 △전문대 차별 시정 및 규제 개선 △재정지원사업 확대·개편 등 4개 과제로 나뉜다.
NCS 기반 교육과정은 계속 유지하되 전문대 자율성 강화 측면에서 평가와의 연계는 지양할 계획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전문대 정원외 편입학을 허용하고, 내년부터 전문대 재정지원사업을 자율성 강화 및 역량 중심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세부 과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방안은 두 번째 ‘미래사회 대비 학교교육 내실화 지원’이다. 전문대에 융합 전공제와 유연학기제, 집중이수제 등을 도입해 전문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 대한 전문대 참여를 확대해 재학생들이 다양한 분야, 내용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전문대가 나이, 경력과 관계없이 관련 업계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창의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문대의 학위·비학위 과정을 통합 운영하고, 국가-지자체(상공회의소)-대학(평생교육기관) 간 평생교육 협력체계를 강화해 구직자·재직자·은퇴예정자들의 핵심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취·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문대가 그동안 특성화와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국제교류에 강점을 보인 만큼 이를 전문대나 대학 전반으로 확대해 사회 전반에 융복합 고등직업교육이 활성화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종시 소재 한국영상대학교는 창의융합형 직무전문교육과 현장중심의 실습시스템 등을 통해 영상콘텐츠 제작 업계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전문대 중 한 곳이다. 한국영상대는 내실있는 직무교육뿐 아니라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 및 기관·업체의 홍보영상, 지자체 기록 영상 제작 등을 통해 2016년 10억1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성화 이전인 2013년 2억5700만원보다 4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이 변화하는 수요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대학이 명실상부한 핵심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제도 개선과 재정지원 확충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