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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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칼칼 눈 시큰… 공기정화 식물로 마음까지 '청정'

사철내내 미세먼지 습격… 천연공기청정기로 실내공기 맑게 / 틸란드시아·아이비·스킨답서스 등 음이온 발생 많고 오염 물질 흡수 / '넉줄고사리' 포름알데히드 제거… 필터 능력 유지돼 교체 필요 없어
한파와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집안을 환기하기 어려우니 밖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바이러스, 세균뿐 아니라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와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으로 범벅이 된 실내공기는 더욱 나빠진다.

이에 공기청정기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공기정화식물’이다. 공기정화식물은 천연 공기청정기·가습기로 입소문을 타며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량이 2년 전에 비해 80% 이상 늘었다.

식물이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원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잎과 뿌리 쪽에서 미생물을 흡수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잎의 반질반질한 왁스층을 통해 먼지가 붙는 식물이 있고, 크기가 PM20 정도인 기공을 통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흡수하는 식물이 있다. VOCs,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등 흡수된 오염물질은 식물의 광합성 대사 산물로 이용되며 화분 토양 내로 흡수돼 뿌리 부분의 미생물에 의해 제거된다.

둘째는 식물 방출물질로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방식이다. 공기 중 오염물질들은 양이온인데 식물에서 나오는 음이온과 결합돼 덩어리가 되면 무거워지면서 공기 중에 떠 있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대부분 식물은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기를 정화한다. 흔히 말하는 ‘공기정화식물’은 그중에서도 특히 오염물질을 잘 빨아들이며 음이온을 많이 내뿜어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수염틸란드시아

아이비

원래 실내 공기정화식물에 대한 연구는 나사(미항공우주국)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산소가 없는 우주에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 밀폐된 공간에서도 사람이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식물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광진 연구원이 2004년부터 공기정화식물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빈방에 미세먼지를 투입하고 4시간 뒤 관찰하자 미세먼지가 44% 줄어든 반면, 수염틸란드시아가 있었던 방의 미세먼지는 70%가량 줄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수염틸란드시아 △아이비 △보스턴고사리 △스킨답서스 △넉줄고사리 △아레카야자 △재스민이 실내 공기정화 효과가 가장 뛰어난 식물이라고 추천한다.

넉줄고사리

아이비는 음이온 발생량과 상대습도 증가량이 많은 식물로, 공부방 책상 위에 놓아두면 가장 좋다. 독성이 있어 잎을 먹거나 피부에 즙액이 닿으면 따가울 수 있으므로 조심히 다뤄야 한다.

바위나 나무 위에 붙어서 자라는 양치식물은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좋은데, 그중에서도 넉줄고사리가 가장 우수하다. 거실에 배치하는 것이 좋으며 거실의 큰 화분에 지피식물로 활용할 경우 화분의 공기정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보스톤고사리

보스턴고사리는 실내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고사리과 식물이다. 상대습도 증가량이 52.8%로 습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뛰어나며 음이온을 많이 방출한다. 건조한 실내의 높은 곳이나 벽걸이 화분으로 두면 천연 가습효과와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스킨답서스
스킨답서스는 일산화탄소 제거량이 뛰어나고 어두운 공간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주방에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이밖에 벵갈고무나무, 산호수, 네프로네피스 등도 미세먼지 정화 효과가 우수하다.

공기청정기는 사용할수록 필터 능력이 떨어져 교체해야 하지만 식물은 다르다. 오염물질을 흡수해 대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기정화 능력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내에 식물을 두는 것이 좋다지만 밤에 방출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해롭지는 않을까. 이산화탄소 농도가 적당히 높으면 숙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방 안에 두는 화분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점이 걱정이라면 침실에는 보통 식물들과 반대로 밤에 산소를 뿜어내는 호접란, 다육식물, 선인장 등을 두면 좋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식물로 공기정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3.3㎡(1평)당 크기에 상관없이 화분 하나씩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청정기에 비하면 부피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공기정화 시간도 식물이 더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식물을 길러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김 연구원은 이같이 말한다.

“사람이 숨을 쉬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대사물질이 되고, 식물이 정화해 내뿜는 산소는 다시 사람이 생존하게 합니다. 사람과 식물은 수만년 동안 교감하며 살았고 밀폐된 공간에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하죠. 기능에 맞춰 공기청정기와 식물을 비교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심신 안정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여러 가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이 직접 참여하기 가장 좋은 것은 식물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식물에 관심을 갖고 집안에서도 식물과 더불어 살면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