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쓰레기 좀 버리면 아이되니?"…중국인 밀집지 쓰레기로 몸살

중국인, 조선족(아하 중국인)이 몰려 사는 서울 대림동에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계약직으로 고용된 ‘쓰레기 분리배출 계도 요원‘이 활동했다.
명칭조차 생소한 이들 요원은 지역에 사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쓰레기 배출 방법을 알리고 무단투기를 감시하는 등의 일을 담당했다.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청결한 도시미관을 위해 계도 요원을 채용했지만, 부족한 인력과 지역주민이 무단투기에 가세해 혼란한 모습이다.
대림동 중국인 밀집지에서 개도 활동 중인 모습. 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다. (사진= 환경일보 캡처)
■ 무단투기와 전쟁
중국인 최대 밀집 지역인 대림동, 가리봉동 일대는 무단투기와 상시 전쟁 중이다.
취업, 유학 등 비자를 취득하여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중국인들은 쓰레기를 돈 주고 버린다는 개념과 재활용·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배출한다는 인식이 없어서 지역주민과 갈등을 빚기 일쑤다.

이들은 중국어로 된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현수막과 경고문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데, 주민들 민원과 계도 요원 활동 후 사람들 눈을 피해 밤에 쓰레기를 버려 상쾌한 아침 잔뜩 쌓인 쓰레기를 마주 보며 시작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 늘 굳게 닫힌 창문...“보기 싫고 냄새나”
특히 쓰레기를 모으는 곳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창문을 열면 수북이 쌓인 쓰레기더미가 내다보이고, 여름철이면 악취가 진동해 창문을 닫고 반강제로 에어컨을 튼다.

요즘처럼 날씨 추운 겨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쓰레기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쓰레기 모으는 골목이나 입구를 거쳐 집에 가야 한다면 매일 이러한 문제와 직면하여 주거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종량제봉투, 재활용 쓰레기가 어지럽게 엉켜있다. 일반 비닐봉투에 쓰레기가 담겨 있다.
■ 작지만 비용 부담
중국인들의 쓰레기 무단투기는 인식의 문제도 크지만, 비용에 관한 문제도 있다.
다수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며 일부를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데, 얼마 안 되는 쓰레기봉투 가격이지만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지출로 인식된다.

한국 남성과 결혼 후 대림동에 정착했다는 30대 여성은 “사정이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먹고 살기도 바쁜데 쓰레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을 거 같다”며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쓰레기가 버려진 곳에는 상표가 찍힌 봉투가 다수 보였다. 물건을 구매한 후 이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도 가세해 저녁쯤 되면 쓰레기가 쌓여 산을 이룬다. 종량제봉투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의식 개선이 절실하다.
■ “왜 나만 단속하나요?”
쓰레기 무단 투기문제는 중국인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환경미화원 A씨는 “봉투 안으로 비치는 물건만 봐도 누가 버렸는지 구분 된다”며 종량제 봉투 미사용 등 쓰레기 버리는 것을 지적하면 “불쾌한 눈으로 바라보고 ‘다른 사람도 버린다‘고 항의하는 등 고역스러울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폐지 줍는 노인이 재활용 쓰레기에서 필요한 물건만 골라낸 후 꺼낸 쓰레기를 방치하여 애써 정리해 놓은 재활용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재를 진행하며 대부분 질문을 피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여서 어려움이 뒤따랐다. 또 일부는 험악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질서를 지키지 않는 일부의 문제지만 이로 인해 불편을 겪고 나쁜 인식이 확산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거로 보인다. 또 중국인들을 떠밀고 비판하기에 앞서 이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함께 웃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