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신규 투자다. 이 대목에서 은행들은 잔뜩 몸을 사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기업(업비트), 농협(빗썸, 코인원), 신한(빗썸, 코빗) 3개 은행은 당분간 신규계좌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새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신규 투자자에게도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은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소극적 태도는 무엇보다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나 도박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가 부여한 자금세탁 방지 의무도 부담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신규 고객을 받는 것은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라면서도 “은행들은 철저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명 시스템이 개시되자마자 보란 듯이 계좌를 만들어줄 만큼 간 큰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실명제 시행을 계기로 당분간 가상화폐 거래는 위축될 전망이다. 더욱이 기존 투자자 중에도 일정 소득이 없는 학생이나 주부 등은 신규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기존 투자자, 기존 거래소에게만 투자·거래의 기회를 제공하는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계좌는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가 돌기에 이미 6개 은행 부행장 회의를 소집해 정부의 정책 의도는 그런 게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