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하루 앞둔 서울 중구 한 거래소 앞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려면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에 자기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업비트는 기업은행, 빗썸은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같은 은행에 이미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면 새 계좌를 만들 필요 없다. 거래소와 거래한 은행의 계좌를 확보했다면 거래소에 해당 계좌의 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가장 먼저 신규 투자자에게 계좌 발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은행 관계자는 29일 “일단 기존 투자자들 실명전환에 집중한 뒤 차차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신규 투자자를 영영 막겠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신규 투자자에게 계좌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지점장 L씨는 “신규계좌 발급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은 바 없다”면서 “실명 확인을 거치면 신규투자자에게도 계좌를 개설해주는 게 형평에 맞지 않느냐”고 했다. 여타 은행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시스템을 갖춘 은행은 국민·하나·광주은행을 더해 모두 6개다.
은행들이 신규 투자자를 가려낼 방법도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와 거래하는 거래소(업비트)만이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를 가릴 수 있는데, 업비트 측과 신규 투자자에게 계좌를 주는 것은 좀 보류하자고 협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에게 어떤 근거로, 무슨 방법으로 계좌를 열어주지 않겠다는 것인지 들은 바 없다”면서 “정부 정책 의도는 그런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투자자 실명확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규 투자자 계좌 개설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이른바 벌집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거래소는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사실상 막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중 벌집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거래소의 회원수는 코인네스트 약 50만명, 고팍스(법인명 스트리미) 15만1000여명 등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거래소는 최근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거래 중단과 신규 계좌 발급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거래소 대표는 “벌집계좌를 이용할 때에도 이미 본인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일부 거래소에만 신규 가상계좌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