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6∼7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차례에 걸쳐 100여만원 상당의 절도 행각을 벌였다.
그는 훔친 신용카드 한 장을 사용해 1만여원어치를 긁고, 또 다른 상점에서 이 카드를 제시했다가 도난 사실이 들통나 미수에 그쳤다.
이 때문에 그는 절도·야간주거침입절도·사기·사기 미수 혐의는 물론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법에 따라 도난된 신용카드를 쓰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10월 A씨 사건을 접수한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고민에 빠졌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융 관계 법령’에 해당한다. 그런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32조 6항은 ‘1항에 규정된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 처벌법·금융 관계 법령)의 위반에 따른 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해서는 형법 38조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리 심리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범인 A씨가 2016년 금융 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 시장 안정성,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뜻밖의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그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만 따로 심리·선고되면, 나머지 4개 혐의와 함께 심리·선고될 때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러 범죄를 저지른 일명 ‘경합범’은 형법 38조에 따라 통상 가장 중한 죄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해 한꺼번에 합산해 선고받기 때문이다.
남원지원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 32조 1항과 6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금융 관계 법령과 다른 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모든 사람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분리 심리·선고하도록 규정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법원은 우선 문제의 두 조항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금융 회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법령까지 금융 관계 법령에 포함시키고 있는 건 불필요하고 과도한 입법”이라며 “차별의 이유와 차별의 내용 사이에 유지해야 할 적절한 균형 관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법 32조 1항은 금융위원회가 일정 기간마다 금융 회사 대주주가 금융 관계 법령을 어기지 않았는지 등 적격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금융 관계 법령 위반을 비롯한 여러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에는 현실적으로 A씨처럼 금융사에 대한 출자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법 시행령 5조에 규정된 금융 관계 법령은 무려 49개에 달한다. 분실·도난·위·변조된 신용카드의 무단 사용을 처벌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뿐 아니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에게 적용되는 유사수신행위법 등을 망라하고 있다.
법원은 또 “금융 관계 법령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는 등 포괄위임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국회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입법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지난 9일 같은 당 의원 9명과 함께 이 법 32조 6항에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분리 심리·선고 대상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에 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닌 피고인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명시해 소송 절차상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법원,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기범, 훔친 신용카드 사용 이유/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적용받아/他 혐의와 별도 선고… 형량 가중/국회, 문제점 인식… 개정안 발의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