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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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금강산 행사 일방 취소… 이것이 北 실체다

남한 언론보도 트집 잡아
압박 통한 南 길들이기 의도
오만한 북한에 끌려다녀선 안 돼
북한이 2월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제 밤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 탓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진정 어린 북한의 조치’를 모독했고 ‘북한 내부 경축행사’(2월8일 ‘건군절’ 열병식)까지 시비했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남측에 대해 근거 없는 험담을 일삼는 데 비추어 터무니없는 핑계가 아닐 수 없다. 약속 위반을 밥 먹듯 하는 북한의 실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평창올림픽에 관련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9일 한밤중에 아무런 설명 없이 이튿날로 예정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가 하루 늦은 21일 보낸 적이 있다. 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그런 현송월에게 취재진이 질문하자 “불편해하신다”면서 국빈급 경호를 제공했다.

정부는 금강산 합동공연 취소와 관련해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정도로 그쳐선 곤란하다. 북측에 엄중히 경고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

금강산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남북이 합의했던 다른 행사들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나 이르면 오늘부터 이틀간 이뤄지는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달 북한 예술단의 강릉·서울 공연,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서울·평창 시범공연 등의 일정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이번뿐 아니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서 남북 갈등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응원단 파견 약속을 전격 철회한 전력이 있다.

북측이 금강산 행사를 취소한 이면에는 우리 정부를 압박해 길들이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 기싸움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책략의 일환이다. 북측이 앞으로 또 남북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변경할지 모른다. 정부는 북측 꼼수에 휘말려 들어선 안 된다.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제재 공조 등의 원칙을 굳건히 지키면서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먼저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에 건군절 대규모 군 열병식을 추진하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자존심까지 구기면서 북측에 온갖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호의를 짓밟고도 되레 큰소리를 치는 북한이다. 봉당(토방)을 빌려주니 안방까지 달라는 식이다. 오만한 북한에 틈을 보이면 평화도 안보도 위험해진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의 부적절한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