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져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외교·안보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현재 남북 고위급회담이 진전되면 남북관계가 일단 안정을 찾을 것이며 나아가 평화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
우선 북한은 비핵화 의제를 배제하고 기타 영역에서 남북대화를 타진하면서 상당히 공세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소위 ‘대북제재 무용론’이 국제사회에 확산되게 하려는 의도다. 동시에 북한은 위협적인 자세도 견지할 공산도 다분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스스로 올해 신년사에서 대북 제재·압박이 지속될 경우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량생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 본토에 대한 ‘2차 핵공격’까지 언급한 바 있다. 즉 북한은 국제적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남북대화를 이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에게 ICBM 대량생산 및 핵확산을 지렛대 삼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투트랙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의 움직임 역시 우리 정부의 고민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가 통과시킨 대북 제재·압박 법안의 표결 내용을 보면 미국 내 강경 분위기가 확연히 감지된다. 상원에서 찬성 96대 반대 0, 하원에서는 찬성 482표가 나왔다.
게다가 미국은 대북 군사옵션까지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최근 미 조야에서는 북한에 대한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 strike)’을 심심찮게 거론하고 있다. 이 말은 주먹으로 코를 때려 코피만 나게 한 뒤 싸움을 끝내는 것과 같은 ‘제한적 선제타격’을 의미한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한의 압박’전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일단 4월로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대북 군사옵션 발동 가능성을 재차 제기하고 나서리라 관측된다.
이처럼 북·미의 의도와 전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올림픽 이후 평화공세를 강화할수록 한국은 더욱 수세적 입장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한국이 비핵화를 우선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남북관계가 악화할 수 있고, 반대로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남북관계를 강조할 경우에는 한미동맹의 이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에 맞서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와 더불어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 정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자 최우선적 과제다. 이를 위해서 문재인정부는 올림픽 개최 기간 중이라도 대북특사를 파견해 남북은 물론 미국과 주변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의제를 제의하고 논의를 재점화시킬 필요가 있다. 비록 모두가 즉각 수용 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엄중한 정세를 벗어나 대화·협상의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