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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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사기, 신기술 잘 모르는 중장년층 노린다

#1. 최근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게 된 직장인 양모(30)씨는 지난달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는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싼값에 팔겠다는 판매자의 글을 보고는 급한 마음에 알아보지 않고 200만원을 입금했으나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2. 주부 김모(58·여)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에서 만난 자칭 ‘투자전문가’에게 가상화폐에 투자해 매달 수익금 10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선뜻 1000만원을 내놓았다. 처음 세 달은 100만원씩 입금이 됐으나 그 이후로 돈은 전혀 받지 못했다.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이어지면서 이를 이용한 사기도 꾸준히 늘고 있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장년층 등이 주요 타깃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12일부터 12월31일까지 6개월 동안 검거된 가상화폐 관련 사기범은 126명(구속 16명)에 달한다. 적발 건수 기준으로는 41건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상화폐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신규 투자자에게서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썼다. 불법 다단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폰지 사기’다.

앞서 지난달 31에는 필리핀에서 가상화폐 판매를 미끼로 1500억원대 사기를 저지른 총책이 경찰에 붙잡혀 국내에 압송되기도 했다. 1500억원대 가상화폐 피라미드 금융사기 총책인 도피사범 마모(46)씨다.

경찰에 따르면 마씨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에서 3200억원대 통신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데 이어 2015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필리핀에서 가짜 가상화폐 판매를 미끼로 3만5974명으로부터 모두 15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피해 규모가 커지자 페이스북은 가상화폐 광고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와 ICO(가상화폐공개) 광고를 믿을 수 없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3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바이너리 옵션, ICO, 가상화폐 같이 오도되고 기만적인 판촉이 빈번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상품의 광고를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