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클라이밍 세계랭킹 1위 박희용(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이 지난해 경북 청송에서 열린 국제산악연맹(UIAA) 월드컵에서 빙벽을 오르고 있다. 박희용 제공 |
‘아이스클라이밍 정식 종목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UIAA는 2016년 12월 IOC로부터 평창에서 아이스클라이밍 시범경기를 열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한국은 2013시즌 세계랭킹 1위 박희용(36)과 ‘빙벽 여제’ 송한나래(26) 등 걸출한 선수들을 보유한 아이스클라이밍 강국이다. 그러나 지난 1일 대한산악연맹이 정기총회를 열어 쇼케이스 취소를 결정해 정식 종목 채택을 꿈꾸던 선수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가운데)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개최된 아이스클라이밍 쇼케이스(시범경기)에서 빙벽을 체험하며 활짝 웃고 있다. 당시 쇼케이스는 IOC 위원들의 호평을 받아 동계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키웠다. 국제산악연맹 제공 |
하지만 쇼케이스 취소는 연맹의 오랜 내홍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연맹은 산악스키는 물론 아이스클라이밍이 소속된 스포츠클라이밍까지 주관하고 있다. 그런데 종목별로 계파가 갈리면서 아이스클라이밍 지원을 오래전부터 등한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 빙벽의 ‘맏형’ 박희용은 “현 연맹 지도부는 아이스클라이밍을 잘 알지 못해 지원할 의지조차 없다. UIAA에서 쇼케이스 개최를 위해 3만유로를 지원준다고 했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며 “동료는 물론 외국 선수들까지 연맹의 무능 때문에 안방에서 쇼케이스를 열지 못해 국제적 망신이라며 안타까워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연맹은 10~11일 진행되는 ‘2018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쇼케이스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송 월드컵이 8년째 진행되는 정기 대회라 선수들을 눈속임으로 기만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이 대회를 IOC 관계자가 참관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아이스클라이밍 역시 정부 국고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안병수, 이동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