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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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푸대접’ 평창 봉사자들

자원봉사(voluntarism)라는 말은 자유의지라는 라틴어 볼런터스(Voluntas)에서 유래했다.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자발적 의사를 말한다. 처음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 자원한 지원병을 가리키면서부터다. 그 후 사회 각 분야에서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선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때 이들이 맹활약하면서부터 보편화됐다. 이들은 미소와 친절을 앞세워 두 대회 성공을 견인했다. ‘도약하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숨은 주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리 땅에서 30년 만에 치러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1만7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이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고 한다. 한 자원봉사자는 숙소에서 출근 준비를 위해 샤워기를 틀었는데 온수가 아닌 얼음물이 쏟아져 ‘냉수마찰’을 하고 출근했다고 한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셔틀버스가 제때 오지 않아 1시간 이상 추위에 떤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지급된 옷으로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방한용품을 사비로 구입했다는 불평도 잇따랐다. 급기야 지난 3일 모의 개회식 행사에서는 자원봉사자 수십 명이 열악한 수송문제에 반발해 보이콧하려는 소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전날 셔틀버스 연착으로 1시간 이상 추위 속에 방치된 데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자원봉사자 10명 중 8명이 20대 이하 청년들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 행사를 위해 나선 젊은이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체감온도 영하 30도인 곳에서 추위에 떨면서 일하는 젊은이들을 아껴 주세요”라는 등의 대책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북한 환대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 선수는 9000만원짜리 전세기 띄워 모셔 오면서 자원봉사자 셔틀버스 하나도 못 챙긴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봉사자들도 있다고 한다. 자칫 3수 끝에 유치한 올림픽의 흥행을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자원봉사자들은 선수와 관광객을 가장 자주 만나는 올림픽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지쳐 열정적이지 않으면 올림픽의 성공은 요원하다.

박태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