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기사 A씨는 대전의 한 관광회사 소속으로 회사 버스를 운행하다 평창올림픽을 찾았다. 겨울은 산악회나 단체 관광이 없어 일감이 적다. 한 푼이라도 더 벌고,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작은 힘이나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투입 첫날 후회가 막심했다. 담당 코스 시험 운전도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A씨는 “지방에서 와서 길도 모르는데 어떻게 운전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내비게이션을 봐라”는 관리자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생활 환경도 열악했다. 숙소는 5인 1실에 공동화장실을 써야 했다. 그마저도 침대는 4대가 전부라 한 명은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A씨는 “벌써 기사 30명이 짐 싸서 돌아갔다. 25일까지 어떻게 지낼지 벌써 한숨만 나온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2018 평창올림픽’이 개막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자원봉사자 불만 속출에 안전요원 노로바이러스 노출까지 준비 및 운영 미숙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여기에 셔틀버스 운행의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버스 운전자는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고 있고, 이용자는 불편함에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핵심은 시스템이다. 체계화가 잡히지 않아 관리 및 운행이 엉망이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이유가 있다. 우선 조직위는 올림픽 셔틀 버스 운행을 올림픽 스폰서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에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차량 4100여대를 지원했다. 이 가운데 버스는 100여대이다. 100여대로는 셔틀버스 운행이 불가능해 현대기아차는 금호홀딩스(금호고속)와 계약을 했고, 금호고속은 전국 각 관광회사를 불러 모아 다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시스템이니 운영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선 버스 기사에게 돌아가는 일당이 확 줄었다. 다단계 하청 계약이 이뤄지면서 중간에 떼어가는 돈이 그만큼 많아졌다. 운전기사가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10~1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A기사는 “우리가 운전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데, 바보도 아니고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겠나”며 “현대기아차와 금호고속만 배부른 상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화가 난 버스 기사들은 차를 돌리고 있다. 한 버스 기사에 따르면 "부산에서도 올라온 버스들은 전부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돌아가는 버스들이 생기면서 남은 버스들의 운행 시간이 길어지고, 구멍난 코스를 채우면서 혼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도 운행 초반에는 점심 먹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셔틀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못하면서 주이용자인 외신 기자들이나 관광객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의 경우 셔틀버스는 모두 같은 디자인으로 통일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평창올림픽 셔틀버스는 전국 각지 관광버스를 불러왔기 때문에 디자인과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다. 급하게 버스 옆면에 배너를 붙였지만, 버스 색깔이 모두 다르다보니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버스 앞유리에 붙은 표식이 없으면 올림픽 셔틀버스라는 것도 알아차릴 수 없다. 올림픽 개최 홍보효과도 누릴 수 없고,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운전자 관리가 가장 심각하다. A씨는 “조직위 관리 직원은 본 적이 없다”며 “금호고속 사람이 관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복수 버스 기사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참여한 이후 관리 교육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 버스 기사는 “담당 코스 시험 운전도 못하고 바로 투입됐다. 길도 모르는데, 어떻게 운전을 하느냐고 물으니 내비게이션을 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기사는 “외국인이 탑승해서 물어보면 카드를 보여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가 전한 카드는 A4 용지 크기의 5~6장 정도로 버스 기사에게 전할 수 있는 예상 질문과 답변이 한글과 영어로 표시돼 있었다. 사전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한 조직위의 명확한 답변과 시스템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사진 = 권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