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버렸어요. 그래도 눈이 없어져버린 것보다는 하나 더 생긴 것이 훨씬 낫다고요. 등짝, 옆구리, 다리에 생긴 것보다 훨씬 좋잖아요. 똥구멍, 귓구멍, 콧구멍은 상상만 해도 불편하네요. 그런 데가 아니라 기왕이면 손가락 끝에 생겨서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용하기도, 감추기도 편하잖아요. 부정적인 생각들은 지우고 되도록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다루기 편한 곳에 적당한 크기의 눈이 새로 생겼구나.”
강병융 |
아이의 특별한 성장소설처럼 읽히는 이야기의 틈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허전함을 느끼네./ 내 안에 숨겨둔 마음을 너는 알고 있을까?” 같은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가 끼어들어 어둡지 않은 상큼한 분위기를 끌어낸다. 보여줄 수 없는, 상처라고 여겼던 ‘눈’들이 알고 보니 아이뿐 아니라 백이나 WILL, 시스터나 감독과 소녀에게도 있었다. 등짝에, 다리에, 옆구리에, 귓속에. 백이는 등짝에 길고 늘씬하게 쭉 뻗은 아름다운 흉터 같은 눈을 보여주며 속삭인다. ‘맞지? 너랑 온전히 같은 사람.’ 마지막에 돌아보게 되는 아이의 성별도 타성 같은 편견을 일깨운다. 기발한 착상으로 모두가 안고 있는 상처 같은 ‘특별함’을 명랑하게 사유케 하는 소설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