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큰아들 중학교 진학 때문에 이사해야 하는데 전세금이 부족하니 자금을 대라”고 소리쳤다. 남편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저 “나가달라”로 일관하는 남편의 태도에 그는 감정을 추스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윤씨는 남편의 안경을 벗긴 뒤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자신을 피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는 남편을 붙잡고 가슴과 배 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 남편도 아내의 목과 머리채를 붙잡고 맞대응했다. 이렇게 부부는 폭행 혐의로 나란히 재판에 넘겨져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아내의 폭행에 맞선 남편의 정당방위만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헌숙)는 8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남편 이씨에겐 무죄, 윤씨에겐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에게 별다른 상해가 없고, 남편의 행위는 생명·신체에 대한 부당함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판시했다. 반면 윤씨에 대해선 “재판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남편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남편의 동료들이 있는데도 재차 소란을 피우는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진 점을 볼 때 원심 형량이 무겁지 않다”고 못 박았다.
선고 결과에 당황한 윤씨는 법정을 빠져나온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