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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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의 울림] “이젠 싸우지 않아도 되나요?”

이젠 정말 총으로 누군가를 겨냥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저는 7일(현지시간) 남수단 얌비오에서 같은 처지의 친구들 310명과 함께 군대에서 석방됐어요. 이날 남자아이들(224명)은 물론 여자아이들 87명도 자유를 얻었으니 다들 부르는 소년병이란 이름은 쓰지 않을래요. 우리가 전쟁터로 내몰린 건 2013년 12월부터 시작된 내전 탓이라고 어른들은 말했어요.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싸운 건데 수만명이 죽고 400만여명이 집을 잃었대요. 내전이 개시된 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정부군과 반군 아저씨들한테 끌려갔고 서로 총을 겨눴어요. 반군에 붙잡혔던 제 친구는 엄마를 쏘라는 명령까지 받았어요. 다행히 총이 불발되는 바람에 친구 엄마는 살았대요. 지난해 12월 양측이 싸우지 않기로 합의하고, 유엔이 도와 우리가 석방됐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어요. 그동안 우린 무엇을 위해 싸운 건가요. 앞으로 정말 다신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손에서 총을 놓기가 쉽지 않아요.

이희경 기자·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