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과 채용 등 선발과 관련된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는 공정성을 위배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합격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하는데, 개인의 객관적 능력과 무관한 요소가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 사실 기회의 균등은 공정성 기준에서 가장 초보적인 논의라고 할 수 있다. 기회의 균등 이외에도 불리한 상황을 안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기도 하고, 제 권리를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미성년을 보호하기도 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를 위해 자원 사용을 억제할 수도 있고, 동물과 식물의 권익을 보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공정성을 아직 사회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기회의 균등성이 보장돼야 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대학은 공식적 사과와 함께 입시의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 일어난 오류를 1년 만에 인정하고 추가 합격자 30명을 발표했다. 오사카대학은 불합격의 입학 허용에다 2학년 편입, 전공 변경, 학원 수강료의 보상 등 추가 조치를 취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오사카대학의 조치는 눈여겨볼 만하다. 대학은 공신력의 추락에도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에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류가 밝혀지고 그에 대한 시정이 이루어진다면 그간에 품었던 절망은 다시 희망으로, 좌절은 다시 용기로, 열정은 다시 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채용 비리로 보도된 기관은 혐의 사실을 부인하다가 결국 강제 수사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으로 수사의 결과에 따라 사실 여부가 명백하게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합리적 의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는 채 그냥 넘어가고 있다.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 망각의 대상이 되겠지만 공신력의 추락은 씻을 수가 없다. 요즘 대학에서 성적 공시가 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의를 제기한다.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때까지 쉽게 물러나지 않는데, 채용처럼 인생을 좌우하는 커다란 사건이 그냥 묻히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낙관한다면 최근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공정 담론의 위력을 얕잡아본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불공정한 일이 밝혀지면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취업해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