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전개 과정에서 운전석을 지키려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통해 한·미 간 대북 공조의 틀을 깨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능력 차단에 나섰다. 세 지도자 간 3각 게임이 본격화되면서 서로 상대방의 전매특허 전략을 바꿔서 구사하는 아이로니컬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 매체 ‘뉴 리퍼브릭’ (New Republic)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다가 어느덧 ‘한국 우선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차단하려고 김 위원장의 주특기인 ‘벼랑 끝 전략’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국제 사회에서 경제·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고사 작전을 전개해왔으나 이제 북한이 한국에 손을 내밀면서 ‘미국 고립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남·북·미 3 국 간의 물고 물리는 경기가 평창 ‘외교’ 올림픽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 종목이 바로 ‘한반도 평화 정착 경기’가 될 것이라고 미국의 시사 매체 ‘뉴요커’(New Yorker)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중에서 북·미간 화해와 대화를 끌어내는 게 최고의 난코스라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 ‘뉴 리퍼브릭’은 ‘이 미치광이(madman)가 우발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단 기사를 9일 게재했다. 이 기사 앞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실었다. 뉴 리퍼브릭은 진보 성향의 매체이나 미국의 현직 대통령을 대놓고 미치광이로 부르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 매체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반도에 절박한 평화를 깨려고, 한국을 찾았다고 혹평했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최종 성화주자로 나선 ‘피겨 여왕’ 김연아. 평창=연합뉴스 |
한국인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와 같은 말 폭탄을 단순히 그가 허풍을 떠는 것으로 치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참모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폭스 뉴스와 회견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로 로스앤젤레스, 덴버, 뉴욕을 공격할 수 없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뉴 리퍼브릭은 “폼페오 국장의 말은 ‘미치광이 이론’뿐 아니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폼페오 국장의 발언은 미국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먼 곳에 있다 해도 적국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곧 의심의 여지 없이 한국인의 대규모 몰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에 전쟁 발발 위험은 실제로 상존해 있고, 전쟁이 나면 생물학·화학 무기와 함께 핵무기가 동원될 수 있는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이런 전쟁이 나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매체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전쟁 발발과 동시에 한국에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이성적인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한국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미국과는 분리된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섰다고 뉴 리퍼브릭이 분석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이제 미국의 ‘벼랑 끝 전술’을 거부하고, ‘한국 우선주의’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