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장학금’으로 불리는 대학등록금 대출 등을 운영하는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의 집계 결과 2012∼2016년 5년 동안 학비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1만5338명에 달했다. 개인파산 신청자 중 돈을 빌린 본인은 8108명이었고, 이 가운데 보증기관이 책임을 지는 사례는 475명에 그쳤다. 연대보증인과 보증인이 개인파산을 신청한 경우도 7230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일본학생지원기구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 때 학비를 빌려준다. 이름만 장학금일 뿐 대부분 무이자 대출금이다. 담보와 심사는 없고, 졸업 이후 20년 이내에 분할로 반환해야 한다. 이를 빌린 사람은 부모 중 한명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친척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인적보증’이나 보증기관에 보증료를 지불하는 ‘기관보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기관보증의 경우 보증료가 대출금에서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나 친척을 보증인으로 세웠다가 동반 파산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지만 개인파산 신청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6년 개인파산 신청자는 역대 최다인 3451명으로 5년 전보다 13% 증가했다. 한 사람이 대학과 대학원 입학 시 각각 대출을 받아도 2명으로 집계된다. 중복된 수치를 제외하더라도 집계된 신청자의 80% 정도가 실제 파산자 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학비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경제 환경 변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30년 만에 일본 국립대 수업료는 2.13배인 약 54만엔(약 539만원), 사립대는 1.76배인 약 88만엔이 됐다. 반면 평균급여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이 시기에 종신고용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 수입이 불안정한 사람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대출금 회수 강화 정책도 파산자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이 기구가 본인 등에게 반환을 촉구하도록 재판소에 신청한 건수는 2012∼2016년 약 4만5000건이다. 2016년의 경우 9106건으로 기구가 발족한 2004년과 비교하면 12년 만에 44배로 늘었다.
고바야시 마사유키(小林雅之) 도쿄대 교수(교육사회학)는 “경제 환경의 변화와 회수 강화에 의해 고학력·고수입·종신고용을 전제로 한 학비대출 모델의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며 “그 상징적인 것이 보증인 제도를 통한 개인파산의 연쇄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