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양손 가득 선물보따리를 들고 아이들은 달려가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만난 손주들을 안고 뽀뽀하기 바쁘다. 예나 지금이나 명절엔 사랑이 넘친다.
하지만 넘치는 사랑은 가족들의 건강을 헤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역 KTX 승차장이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특히 바쁜 자녀들을 배려해 부모님이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애정의 크기만큼 음식과 선물을 잔뜩 짊어지고 가다가는 노화된 힘줄이 버티지 못해 병원 신세를 져야할 수 있다.
이용걸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와 다르게 어깨에 무리한 자극을 가하면 근육 힘줄이 파열될 수 있다”며 “범위가 작다고 별 다른 조치 없이 넘길 경우 광범위한 파열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명절에 무리해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손주들을 오래 안아주는 등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나친 애정표현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기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기가 예쁘다고 마구 포옹을 하거나 뽀뽀를 했다간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부위에 따라 피부, 점막에 물집이 생기는 단순 포진성 질환부터 고열, 경련, 의식변화를 동반하는 뇌수막염, 뇌염 같은 중증 질환까지 나타나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신경을 따라 전파되는 특성상 뇌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뇌염은 곧 뇌손상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성인 절반 이상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함부로 뽀뽀를 하는 행위는 손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입술 또는 입술 주변의 피부에 물집이 있다면, 아기에게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뽀뽀뿐만 아니라 밀접한 피부 접촉도 피하는 것이 좋다.
뽀뽀는 아이의 충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성철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충치를 예방하려면 충치균(뮤탄스균)으로부터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소아의 충치균은 가족이나 주변 친지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며 “아이와 입을 맞추거나 숟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탕이나 초콜릿 등 우식을 유발하는 음식을 최소한으로 섭취하는 것이 충치 예방에 기본이므로 오랜만에 만난 손주라도 단맛이 나는 간식을 많이 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