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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평창 외교' 금메달 누구 손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문제를 둘러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3각 게임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았다. 세 지도자는 ‘평창 이후’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평창 올림픽이 중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앞다퉈 ‘채점표’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남·북한의 지도자가 이번 주에 공동으로 금메달을 딴 것으로 느낄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공동 금메달 수상자로 꼽았다. 그러나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 놓은 함정에 김정은이 걸려들었다”고 트럼프의 승리를 점쳤다.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도 이날 “김정은이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승자는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P의 문재인과 김정은 찬사

워싱턴 포스트는 문 대통령을 금메달감으로 꼽을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이 동계 올림픽을 주최했고, 모든 사람의 눈이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 눈부신 장관을 연출해 냈으며 ‘올림픽 화해’의 차원에서 대규모 북한 대표단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WP는 또 “문 대통령이 열망하던 북한 초청을 성사시켰고, 트럼프 정부를 관리함으로써 군사 행동으로 기울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는 상태에 이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여론 조사 결과 한국인의 60∼70%가 남·북 화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쪽을 방문하고 평양에 귀환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고위급대표단과 만나 이들의 활동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P는 “김정은도 스스로 분명하게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남한에 보낸 고위급 대표단이 영웅적인 환대를 받으며 돌아왔고, 평양 공항에서 북한 관리들이 레드 카펫을 깔아놓고 심야에 줄을 서서 대표단을 맞아들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김여정은 오빠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기 전에 한국 방문 결과를 보고했고, 김정은은 ‘인상적이다’ ‘진지하다’ 등의 표현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 대표단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랄프 코사 퍼시픽포럼 CSIS 대표는 WP에 “김정은이 이 게임을 하는데 얼마나 뛰어난지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천영우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 신문에 “김정은은 차가운 전략가이고, 이 게임을 하는 데 능란한 솜씨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천 전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에 김정은이 ‘최대 매력’으로 맞섰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여자 예선전을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폭스 뉴스의 트럼프 옹호

폭스 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친 트럼프 언론이다. 폭스 뉴스는 이날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정책국장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가 북한에 덫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카지아스는 “북한의 김씨 왕조가 지구 상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일반 국가의 지도자라기보다 영화 대부 3부작에서 살인을 일삼는 콜레오네 마피아 가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는 “김씨 왕조가 헤이그 국제 형사재판소에서 전범 재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번에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김여정이 북한의 이방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은 정말 아니다”고 강조했다.

카지아니스는 “실수하지 말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씨 왕조의 선전 공세에 대비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시간을 벌면서 핵무기 체계를 고도화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대북 제재 완화, 한·미 연합 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등의 뻔한 계략을 쓰는데 트럼프 정부가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지아니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을 상대하는데 ‘최고의 압박과 관여 동시 정책’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밟지 않으면 가혹한 대북 압박 조처를 단행할 것이라고 카지아니스가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