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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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美·中 무역 전쟁…고래 싸움에 낀 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이나 폐기를 주장하면서 거친 발언을 자주 해왔습니다. 심지어 한미FTA에 대해서는 이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앙'이나 '끔찍한 협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수입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서명하면서도 "재앙으로 판명된 거래"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미국 유권자를 의식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놓거나 표심을 얻기 위한 말을 자주하지만, 이런 발언에 묻혀 일관된 흐름을 가진 발언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련 발언은 이미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로 실제 상황이 됐고, 한미FTA 개정도 곧 현실화할 전망입니다. 한미FTA 개정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안보 협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우려는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이처럼 트럼프 측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그에 맞춰 우리 정부도 철저한 준비를 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정을 협상하고 있다"면서 "공정한 협상을 하거나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야 상하원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미국 노동자를 위한 '공정 무역'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협정은 재앙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매우 나쁜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그 협정은 손실만 낳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해 12월 한미 양국이 FTA 개정 협상에 착수한 이후 처음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겨냥해 보복 성격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 전에 제너럴모터스가 벌써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이는 매우 중대한 발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이런 소식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들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군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을 지킨다. 한국은 (군사 방어에) 들어가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 우리에게 지불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국을 중국의 '돼지 저금통'으로 묘사하면서 "중국이 미국에서 빼간 돈으로 중국을 재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근 무역 당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불공정무역 조사에 착수한 사례 등과 관련해 "미국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여기에는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서의 과잉생산을 다룰 필요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을 겨냥해 "그들은 덤핑을 하고 우리 산업과 노동자의 가족들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트럼프 "한국과 협정은 재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외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조사가 81% 급증했다.

미국 상무부는 13일(현지시간) 작년 1월20일부터 올해 2월9일까지 94건의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1% 늘어난 수준이다.

상무부는 현재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과 산업을 구제할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명령 424건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캐나다 항공기 제작사 봉바르디에에 30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무부 결정에 제동을 거는 등 일부 조사결과는 상무부의 무리한 규제로 판명 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무역당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불공정무역 조사에 착수한 사례 등과 관련해 "미국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대규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조만간 여러 건의 대형 결정이 예고돼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매우 나쁜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며 "재협상을 통해 '공정한 협정'으로 바꾸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대응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무역 제재가 법적 우려와 대응 방식 등에 대한 내부 이견으로 최근 몇 주간 표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정부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국가·회사·개인 등에 대한 제재 관련 내용이 담긴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대중국 제재로 피해를 볼 미국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이 우려사항으로 부상했다.

앞서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지난 6일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포럼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지적재산권에 관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301조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에 대해 곧 행동이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 외교부 "보호주의, 일방주의는 세계 무역 체계 악화시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불공정무역 조사 등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데 대해 중국 측은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는 세계 무역 체계를 악화시킨다"고 반박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이같이 답했다.

겅 대변인은 "현재 세계 경제가 회복 추세를 보인다"면서 "각국은 이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기에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관련 국가와 기업에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세계 경제 체계를 악화시키고, 세계 경제 회복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미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윈-윈(Win-win)"이라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주체로서 양국의 거대한 경제 규모와 교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 분야에서 이견과 마찰은 피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관건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 정신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미국을 중요한 무역 협력 동반자로 여기고, 상호 시장 개방을 통해 협력의 케이크를 키우는 방식으로 양자 무역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