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 등 미 언론 다수는 19일(현지시간) 이번 참사가 규제 강화의 전환점으로 작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59명을 숨지게 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직후에도 총기규제는 강화되지 않았다. 식상할 만큼 논란이 이어졌지만 승리자는 늘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이었다. 공화당과 이 당의 지지자들이 다수 세력이다. 그중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청소년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의 일부는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참사로 숨진 17명을 나타내며, 정부의 허술한 총기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의미로 땅바닥에 누워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NRA는 일반인을 상대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일상적인 삶의 안정과 자유를 위해서는 총기소지 자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정헌법 2조는 무장한 민병대가 자유로운 국가 수호의 핵심이므로 개인의 무기 소유와 휴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2016년 출범시킨 자체방송 NRA TV의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매체는 테러와 범죄가 넘치는 환경에서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는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한다. 총기소지를 삶의 영역에 안착시킨 NRA와의 ‘문화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정치적 논쟁을 벗어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을 폴리티코가 진보진영에 던지는 배경이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이후 제기된 ‘범프 스탁’ 규제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미 언론은 트레이 가우디 하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범프 스탁 금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범프 스탁은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어도 1분당 400~800발이 자동 발사된다.
또래 집단의 희생을 지켜본 10대 청소년들도 이례적으로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19일 백악관 앞에서 ‘내가 다음 차례?’, ‘법을 만드는 주체는 의회인가, NRA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일반인들의 자구책도 강화되고 있다. 이번 총기난사 다음날인 15일 플로리다주를 중심으로 500개의 강화 백팩이 팔리며 판매량이 평소보다 30% 늘었다. 강화 백팩은 방탄복 제작용 섬유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19일 텍사스주에서 음식점을 찾은 가족을 상대로 한 총격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총기난사 공포는 미국을 할퀴고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