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A씨는 올림픽패밀리(VIP)의 통역을 맡는 고급인력이다. 그런데 업무 도중 올림픽패밀리 전용 차량인 T3에 탑승하다 조직위 차량운영부 매니저 B씨에게 올림픽패밀리와 동승할 수 없다는 제지를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사항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B씨는 “자원봉사자에게 욕을 한 것이 아니라 통역팀장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A씨에게는 다음날 직접 만나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날 벽두부터 모욕감을 느껴야 했던 A씨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지난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내 운영인력 식당을 방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식사하기에 앞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제는 자원봉사자의 열악한 처우문제가 진즉에 제기됐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에 경험이 풍부한 자원봉사자 33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 버전 인권위’인 셈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래저래 무보수로 하루 최대 9시간을 일하는 청년들은 ‘봉사’라는 이름 아래 멍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익명 투고 공간인 페이스북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지금도 인권 침해 사례가 줄지어 올라온다. 동계올림픽의 모범사례인 솔트레이크시티, 릴레함메르 올림픽 등은 대회 기간 자원봉사자의 노고가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이 귀중한 교훈을 잊지 않았다면 대회가 열기를 더해가는 지금 자원봉사자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