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24차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선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해결책’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이번 회의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석학 15명을 비롯해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과학기술의 기여 방법과 현실 정치의 역할, 사회 전반적 인식 변화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ICUS는 1972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창립했다. 이번 24차 ICUS는 2012년 문 총재 성화 후 두번째다. 한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과학문명의 발달이 균형을 잃어버리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며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과학자들의 책임감과 노력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제24차 국제과학통일회의(ICUS)가 열린 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와 과학자들이 지구환경 보호를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이날 첫번째 세션은 멕시코 화학자 마리오 몰리나(75) 박사가 ‘지구의 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몰리나 박사는 염화불화탄소로 인한 오존층 감소를 예측해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그는 “195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국제적인 개발 등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변수가 급속히 늘어 현재에 이르렀다”며 “인류의 이 같은 행동으로 생태계에서 수많은 ‘멸종’이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양과 대기오염, 기후문제 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지구가 겪는 문제를 수치화한 이른바 ‘행성적 한계치’를 9개 분야로 나눠 보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분야가 3개나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마리오 몰리나 박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이른바 ‘불가역적’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윤순창 서울대 명예교수(지구환경과학)는 “빙하를 예로 들면 한 번 녹아버리면 다시 얼지 않는다”며 “이런 불가역적 변화에 현재의 인류와 그 후손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탄소 배출 등으로 인한 지구의 온도 문제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이상징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학 리처드 루드 교수는 “행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행성 자체가 열을 축적하는 기관임을 이해하는 일”이라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해양에 열이 축적되면서 얼음이 녹고 해수면 상승을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데이비드 알 쇼나드(David R Shonnard)박사(왼쪽 세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브라이언 폰 헤르첸 기후재단 회장도 “기후변화로 세계가 온도가 높아져 그 어느 때보다 산불이 많이 나고 산불 때문에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있다”며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되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벼랑에서 돌아오는 데 실패하면 문명 자체가 멸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수·권구성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