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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집단지도체제’ 원칙 깬 시진핑… “중국판 푸틴”

中 ‘주석 임기제한 규정 삭제’ 개헌 추진 파장 / “무가베 37년보다 오래 집권 가능”… 외신 등 언론 ‘1인 체제’에 우려 / 習, 관행 깨며 장기집권 포석 닦아 / 작년 당대회 때 후계자 지목 않고 왕치산 복귀 땐 ‘7상8하’도 파기 / 당 “중국몽 위해 10년 임기 부족” / 28일까지 3중전회 개헌 집중논의 / 관영언론들도 “개헌지지” 한뜻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미국 블룸버그통신)

“개헌은 신시대 중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중국 인민일보)

중국 공산당이 국가주석의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 삭제를 추진하며, 시 주석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을 닦고 있는 데 대해 홍콩 매체 및 외신과 중국 관영 매체가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이 국가주석 임기를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개정키로 함에 따라 2023년 이후 시 주석이 계속 권좌에 있을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정치의 기반인 집단지도체제와의 완전한 이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마오쩌둥 시대의 혼란을 겪은 뒤 중국이 선택했던 집단지도체제를 없애면서 시 주석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붉은 자본’의 저자 프레이저 하위는 “시 주석이 러시아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푸틴 대통령과 비교하고 있으며 푸틴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이 담겨 있다.

빈과일보 등 홍콩 매체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개정 작업 추진과 관련한 중국 내 반발의 목소리를 전했다. 베이징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를 예로 들면서 “이론적으로 시 주석은 무가베(37년 집권)보다 더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겠지만 장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에둘러 비판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룽젠저(榮劍則)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청말 군벌 위안스카이(袁世凱) 사진을 올리고 “8000만명 (중국 공산당원) 중에 대장부가 한 명도 없고, 14억 국민은 구경꾼 노릇만 하고 있다”고 촌평했다. 시 주석의 임기 연장 시도를 비판하는 글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게시되기는 했지만 곧 삭제됐고, ‘2연임 제한’ 단어는 검색이 차단됐다.

시 주석은 그동안 덩샤오핑 이후 이어져 온 인사 관행을 무력화하면서 장기집권의 포석을 닦아왔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지도부가 차차기 후계자를 지명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을 파기하면서 차기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또 은퇴한 왕치산(王岐山·69) 전 중앙기율위 서기의 복귀도 확실시되고 있어 ‘68세면 은퇴한다’는 ‘7상8하’의 인사원칙도 곧 깨질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추진을 위해선 국가주석직의 10년 임기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환영 일색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논평에서 “신시대를 맞아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발전시키려면 헌법의 연속성과 안정성, 권위를 유지하는 기초 위에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당 중앙위의 개헌 건의를 지지한다. 개헌은 이성적이고 신앙적인 것’이란 사설을 통해 개헌안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헌법 개정은 중국 인민 자신의 일”이라며 “중국 인민의 요청을 직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를 개최하고 개헌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날부터 사흘간 열릴 3중전회에서는 중국 헌법에 ‘시진핑 사상’ 삽입과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 삭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