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이와 가볼 만한 박물관& 미술관] 아픈 역사 이야기에 귀 쫑긋! 신기한 미술작품 보며 꺄르르~

서대문형무소에 독립운동가 사진·유품 전시… 다양한 테마의 옥사 ‘눈길’
박물관은 이야기보따리다. 유리창 안 뭉툭한 돌멩이 하나가 수백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익숙한 것부터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미술관도 그렇다. 작품을 그리거나 조각한 작가의 시간과 생각 속을 자유롭게 걷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던 ‘북극 한파’가 떠나가고 나들이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은 멋진 풍광을 보러 가도 어른들만큼 감흥이 크지 않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즐거워할 수 있는 곳이 자녀와 함께하는 여행에선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의 개성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좋은 여행코스다. 한국관광공사는 자녀와 함께하기 좋은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소개했다.

# 아픈 역사 돌아보기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선 일제강점기 내내 수많은 애국지사가 옥고를 치르고 목숨을 잃었다. 해방 후 독립투사들은 석방되었으나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투옥됐다. 서대문형무소는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 불의에 저항하는 이들을 가두는 역사는 계속된 셈이다. 그러다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시작된 1987년에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고, 이곳은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유품, 일제의 잔혹한 고문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옥사도 다양한 테마로 꾸며 놓았는데, 11옥사에서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수감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 고문을 당한 김근태 전 의원 등 민주화 운동가들이 수감된 방마다 관련 유물을 전시 중이다.
서대문 형무소역사관의 독립투사들 사진.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은 가슴 아픈 분단현실이 여실히 느껴지는 곳이다. 고성 여행을 시작하는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조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망대 앞 10㎞ 지점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청서를 접수하고 안보교육 영상을 시청한다. 이후 개인 차량으로 출발해 민통선 검문소에서 차량 출입증을 받으면 비로소 모든 절차가 끝난다.

전망대 한쪽에는 공군351고지전투지원작전기념비, 351고지전투전적비 등이 있다. 351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통일전망대 앞쪽에 있다. 원래 366m인 산이 대포와 함포 사격, 폭격 등으로 351m가 되었다니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고성 DMZ박물관 입구

전망대에 들어서면 1층 통일관에 북한 주민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생활용품과 각종 자료가 전시된다. 통유리로 된 2층 전망대 외부에는 망원경이 있다.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전망대에 서면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 해금강도 보인다. 현종암, 부처바위, 사공바위 등 크고 작은 섬이 기묘한 모습으로 떠 있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DMZ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 현실과 통일의 염원이 담긴 곳이다. 3층 건물에는 전쟁·군사 자료와 유물을 비롯해 자연, 생태, 민속, 예술 등 한국전쟁과 DMZ에 관한 전시물이 있다. 2층 전시실은 ‘축복받지 못한 탄생 DMZ’ ‘냉전의 유산은 이어진다’ ‘그러나 DMZ는 살아 있다’로 나뉘는데 화살표를 따라 관람하면 된다. 3층에는 방문객이 평화메시지를 적은 엽서로 만든 ‘평화의 나무가 자라는 DMZ’가 눈길을 끈다.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는 백제의 계백 장군과 5000결사대가 김유신의 5만 신라군에 맞선 황산벌 전투의 현장이다. 
논산 백제군사박물관의 군사 모형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이 전투에서 백제는 네 번 싸워 모두 이겼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기원전 18년 온조왕이 건국한 지 678년 만인 서기 660년의 일이다. 계백 장군이 전사한 곳으로 알려진 부적면 충곡로에 장군과 5000결사대를 기리는 계백장군유적지가 있다. 묘와 사당, 충혼공원, 백제군사박물관, 야외 체험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역사학습을 겸한 나들이코스로 제격이다. 백제군사박물관을 관람하고 나머지 시설을 둘러보면 좋다.

# 자연, 미술작품과 함께하는 여행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로비의 아크로칸토사우르스 화석과 향유고래 모형

전국 곳곳에 들어선 자연사박물관의 맏형 격으로, ‘동생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해마다 수십만명이 찾는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공룡과 고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몸길이 10.5m인 아크로칸토사우루스 화석과 16m에 이르는 향유고래 모형.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백악기 전기(1억1500만~1억500만년전)에 지구를 지배했고, 향유고래는 지금도 전 세계 바다를 누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생명진화관에는 각종 화석이 가득하다
본격적인 관람은 3층 지구환경관에서 시작한다. 빅뱅부터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한반도 자연사 기행으로 이어지는 물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2층 생명진화관은 생명이 탄생한 뒤 진화를 통해 다양하고 풍성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생대, 공룡의 시대인 중생대, 포유류의 전성기인 신생대를 거쳐 인간이 등장하는 생명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의 역사까지 ‘빅 히스토리(big history)’의 전반부를 보는 셈이다. 1층 인간과자연관은 이름처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제로 삼았다. 인간의 환경 파괴로 신음하는 자연과 사라져 가는 생명을 돌아보고, 환경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하게 한다.

국내 미술관의 대표 격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우리에게 ‘미술 이야기 초대장’을 보낸다. 1986년 볕이 잘 드는 양짓말 덕고개에 지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지금까지 청정 자연 속 미술관을 자랑한다. 도심에 자리한 덕수궁관이나 서울관과 차별되는 가장 큰 장점이다. 건축가 김태수는 과천관을 설계할 당시 경북 영주의 부석사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실제로 소백산 자락의 부석사처럼 미술관이 청계산 자락에 살포시 얹힌 모양새다. 관람객이 자연 속을 산책하며 작품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고, 때로는 멈춰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과천 도슨트의 전시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중인 관람객들.
과천관의 주된 전시는 현대미술이다. 20세기 건축,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아우르며 총 8개 전시실에서 이를 풀어낸다. 과천관의 상징과도 같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은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만난다. TV 수상기 1003대가 탑처럼 쌓였는데, 중앙 경사로를 따라가며 어느 방향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나선형 계단은 모든 전시실로 연결되는 통로다. 1층 전시실은 기획전시, 2~3층 전시실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전시가 주로 진행된다.
광주 광주시립미술관 중정에 설치되어 로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 '빨간구두'
광주광역시를 흔히 예향의 도시라 부른다. 예향 광주를 만끽하는 예술여행을 위해 광주시립미술관으로 향한다. 광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서자 거대한 ‘빨간 구두’와 순백의 항아리에 나비 등 다양한 영상을 입힌 ‘변용된 달항아리’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광주는 물론 남도 주요 작가의 작품을 소장·연구하며, 지역 출신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사업도 꾸준히 펼친다. 남도 출신 화가는 허백련, 허건, 손재형, 허림, 오지호, 양수아, 강용운, 배동신, 천경자, 김환기 등이 있으며, 소장품 전시를 통해 이들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인다. 
놀이처럼 미술을 즐기는 어린이미술관 내부 모습

아이와 함께라면 1층 서쪽에 위치한 어린이미술관을 놓치지 말자. 알록달록 경쾌한 색채로 꾸민 자동차, 우주선 모양 미끄럼틀,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롤링 볼,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미술체험실 등으로 꾸며 놀이하듯 예술을 접할 수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