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잦은 재건축은 자원 낭비다. 국토가 병 들어가고 있다"며 "애초부터 철근콘크리트 구조 아파트는 80년 가량 버틸 수 있게끔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C씨는 "제발 정부에서 집값 좀 잡아줬으면 한다. 집이 사람 사는 곳인지 투기 수단인지 모르겠다"며 "구조안정성 평가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D씨는 "아파트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찬성한다"며 "화재에 취약한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별다른 규제없이 난립하게 했던 과거 정부와 확실히 다르다. 이게 정상이다"라고 밝혔다.
E씨는 "단독주택은 집주인이 꾸준히 수리하면 5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데, 대형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는 고작 30년만 지나면 부수고 다시 짓는다고 이 호들갑이냐"며 "노후된 아파트를 재건축 될 때까지 방치하지 말고, 리모델링이라도 해서 오래 거주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F씨는 "정부가 강단있게 밀어붙여 집을 돈 버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주거는 우리네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재건축의 '첫 관문' 격인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현재는 주차장 부족이나 층간소음 등으로 주거환경이 나쁘면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구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이 허용된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재건축 연한을 채웠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단지는 서울에만 10만3822가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지의 준공 30년 안팎의 중층 아파트 단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항목 비중이 월등히 높아진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로 돼 있다.
앞으로는 구조안전성이 50%로 높아지는 반면, 주거환경은 15%로 축소된다. 시설노후도 항목도 25%로 소폭 낮아진다.
단순히 살기 불편한 수준을 넘어 구조적으로 안전에 큰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다만 주거환경 항목에서 과락 수준인 'E 등급'을 받게 되면, 다른 평가항목과 상관없이 바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물론 E 등급은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를 받는 수준으로, 전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대폭 강화, 30년 안팎 중층아파트 단지 '헐'
안전진단 판정 결과 중 '조건부 재건축' 실효성도 강화된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자체가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판정 유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지가 시기 조정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 재건축 판정과 차이 없이 운용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한다.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인 '현지조사'도 전문기관들이 참여해 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재건축단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적용받으면 법적대응"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나서자 일부 재건축 단지는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명을 내는 등 공동행동에 들어갔다. 성명에는 명일삼익그린2차와 고덕주공9단지, 고덕현대 등 재건축 추진위원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우리는 이미 예비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단지인 만큼 변경되는 안전진단 기준의 소급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말한 예비안전진단은 구청의 현장조사를 뜻한다. 과거 안전진단을 결정하기 전에 예비안전진단이 시행됐으나 이 제도는 현재 폐지됐고, 대신 구청이 현장을 육안으로 둘러보고 안전진단 여부를 결정하는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재건축 현장에서는 현장조사가 예비안전진단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양천발전시민연대(양천연대)가 주축이 돼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에 맞서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양천연대는 마포구와 노원구, 강동구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 단지들과도 의견을 교환하며 '비강남권 죽이기 저지 범국민 대책본부'(가칭)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의 효력을 무효화하기 위한 행정소송과 가처분의 일종인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진이나 화재에 취약한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데, 단순 구조안전성 평가만으로 재건축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안전진단 기준 개정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