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와인’ 몬테스 아우렐리오 회장 단독 인터뷰
“한국시장 독보적 1위 비결은 한식과의 뛰어난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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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30주년을 맞은 몬테스의 대표 와인인 몬테스 알파 |
1000m가 넘는 험준한 안데스산맥, 파타고니아 빙하지대, 아타카마 사막, 태평양 과 코스탈 산맥. 만년설이 녹아 흘러 내리는 깨끗한 물과 포도나무의 뿌리를 병들게 하는 필록세가 들어올수 없는 천혜의 토양. 이런 완벽한 조건을 지닌 와인산지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길이 4300㎞, 평균 넓이 177㎞에 달하는 칠레입니다. 칠레의 가장 중요한 와인산지는 수도 산티아고 남쪽의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로 넓고 따뜻한 평지, 안데스의 물, 태평양의 서늘한 바람 덕분에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따라서 이곳에 가장 오래된 칠레 와인산지들이 포진해 있는데 마이포(Maipo), 카차포알(Cachapoal), 콜차구아(Colchagua), 쿠리코(Curico), 마울레(Maule)입니다. 이중에서도 콜차구아의 아팔타 밸리(Apalta Valley)는 ‘칠레의 나파밸리’로 불릴 정도로 최고급 와인이 생산되는 곳입니다. 바다의 영향을 받아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서늘한 기후를 제공하면서도 언덕에 있어 일조량도 풍부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콜차구아와 아팔타 포도밭을 가장 먼저 일군 와이너리가 바로 몬테스(Montes)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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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센트럴밸리 콜차구아 위치 WSA와인아카데미 제공 |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고 흔히 얘기하죠. 와인에 전혀 문외한이라도 칠레를 대표하는 몬테스 알파(Montes Alpha)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국내에서 유명한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동네 마트나 백화점, 와인샵, 와인바, 레스토랑에 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이 몬테스 알파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국민 와인’이라는 애칭까지 따라 다니죠. 실제 판매량이 엄청납니다. 한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매년 판매량 1위를 기록중입니다. 2017년 누적 판매량 800만병을 돌파했고 이제 900만병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을 정도에요. 연평균 판매량이 70만병에 달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몬테스 와인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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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을 배경을 포즈를 취한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 나라셀라 제공 |
1988년 세워진 몬테스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1998년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시장에 소개된지도 꼭 20년입니다. 기자는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몬테스의 설립자이자 오너인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회장을 최근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몬테스 와인의 양조를 총괄하는 와인메이커로 저품질의 와인을 대량생산하던 30년전, 칠레 와인의 품질을 혁신적으로 끌어 올려 칠레도 최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선구자입니다. 그는 이런 공로로 1995년 칠레 와인메이커들이 선정한 ‘올해의 칠레 와인메이커’에 올랐고 영국 더 가디언지가 2006년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했답니다. 또 칠레 대통령으로부터 2002년 올해의 인물상상을 받은 칠레 와인업계의 영웅이기도 합니다. 몬테스는 2002년 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 2003년 칠레 대통령 방한 만찬, 2005년 APEC 정상회담 만찬 등에 사용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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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와인의 저력은 최상의 포도라고 강조하는 몬테스 회장 최현태 기자 |
몬테스 와인의 저력의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는 포도가 자라는 토양 등 떼루아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군요. “와인 양조과정은 스타일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 와인 품질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에요. 따라서 좋은 포도가 먼저입니다. 품질 낮은 포도로는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밖에 만들수가 없어요. 절대로 품질이 좋은 와인이 나오지 않죠. 좋은 포도는 포도밭에서 결정됩니다. 따라서 떼루아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포도를 생산하는게 가장 중요해요. 그럴려면 토양, 기후 등 떼루아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와인메이킹도 중요하지만 포도를 잘 키워내는 일이 훨씬 더 가치있다는 것이 그의 와인 철학입니다.
사실 몬테스는 칠레 와인산업에 떼루아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입니다. “1980년대 중반 칠레 와인은 산업이라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낙후된 수준이었어요. 그냥 내수용로 만들었기 때문에 포도나무 자체 품질이 별로 안좋았죠. 몬테스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칠레에서 재배하지 않던 국제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샤도네이 등을 들여오는 사업이었습니다. 특히 45도 정도의 경사면에 포도 나무를 심으면 훨씬 더 양질의 포도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파악해 칠레 최초로 언덕에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답니다”. 포도밭을 경사면에 조성하면 햇살을 골고루 더 잘 받아 포도가 잘 자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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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알파 엠 |
몬테스는 대부분의 와인을 콜차구아에서 빚는데 그중 몬테스 알파와 최상급 와인 몬테스 알파 엠(M), 몬테스 폴리 시라(Folly Syrah)는 ‘칠레의 나파밸리’ 아팔타에서 생산됩니다.
몬테스 알파 엠은 카베르네 소비뇽 80%, 카베르네 프랑 10%, 메를로 5% 쁘띠베르도 5%를 섞은 전형적인 프랑스 보르도 블렌딩 와인입니다. 탄닌과 산도 밸런스가 뛰어나 고상하고 우아한 느낌을 줍니다. 레드체리 등 붉은 과일향과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는 후추 등 스파이시한 향들이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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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폴리 시라 |
몬테스 폴리는 시라 100%로 빚는데 블랙체리 블랙베리 검은자두 등 아주 잘 익은 검은 과일향과 복잡미묘한 다양한 풍미가 비강을 가득 채웁니다. 특닌 탄닌은 벨벳같은 매끄러운 질감을 보여주고 아주 긴 여운을 드리웁니다. 또 20년 이상은 거뜬히 버틸 정도로 뛰어난 숙성잠재력도 지녔답니다.
그런데 왜 최고급와인 이름에 어리석다는 단어 폴리를 선택했을까 궁금합니다. “몬테스가 칠레 최초로 아팔타에서 경사 45도의 산중턱을 깎아 시라 품종을 심었을 때 와인업계는 비웃으며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했죠. 하지만 칠레 생산자들은 이제서야 아팔타에서 앞다퉈 최고급 시라 와인 생산에 나서고 있어요. 처음 와인을 만들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기를 원했고 그래서 양조, 포도 재배 방식 모두 기존 칠레 생산자들이 1980년대 초중반 하지않던 방식으로 시도했어요. 결국 저의 선택이 맞았죠. 당시의 손가락질 덕분에 이제는 그 어리석음을 와인 이름으로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게 된겁니다”. 몬테스가 어떻게 칠레 와인산업을 이끌 수 있었는지 선견지명을 엿볼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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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스파클링 앤젤 |
그는 이런 남다른 안목을 앞세워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포도밭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몬테스 스파클링 앤젤을 빚는 자파야 빈야드(Zapallar Vinyards)가 대표적입니다. 태평양에서 약 7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은 서늘한 해양성 기후 덕분에 포도송이는 적게 열리지만 포도 한알마다 품종 고유의 특성이 집약됩니다. 특히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 점토질 토양이 스파클링에 필요한 풍부한 미네랄을 잘 전달합니다. 이런 떼루아를 바탕으로 자란 피노누아 70%와 샤도네이 30%를 블렌딩한 몬테스 스파클링 앤젤은 샴페인과 동일하게 2차 병발효를 하는 전통 방식으로 만듭니다. 더구나 샴페인 숙성에 가장 중요한 쉬르리(Surlies·효모찌꺼기와 함께 숙성)를 빈티지 샴페인처럼 36개월이나 진행합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샴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호두, 말린 과일, 비스킷 등의 풍미가 돋보여 칠레 스파클링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몬테스는 앞서 선선한 해안가 쪽에서 좀더 양질의 포도를 만들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화이트 품종 생산지로 새롭게 뜨고 있는 카사블랑카(Casablanca)와 산 안토니오(SanAntonio)의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를 선택, 포도재배업자와 30년 장기계약을 하고 선선한 기후를 좋아하는 소비뇽 블랑과 샤도네이, 레드 품종 피노 누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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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회장(왼쪽)과 아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나라셀라 제공 |
몬테스는 이처럼 칠레와인산업이 태평양 연안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많은 와이너리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며 포도밭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작은 트렌드에 불과해요. 남쪽이 센트럴밸리보다 서늘한 것은 맞지만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최적의 기후를 지닌 것은 아니죠. 이 보다는 태평양 해안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칠레 와인산업의 트렌드라할 수 있어요. 남쪽보다 더 선선하고 좋은 기후이면서도 비가 거의 안내리는 최적의 조건을 지녔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와이너리들이 점점 더 해안가쪽으로 이동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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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퍼플 앤젤 |
몬테스는 또 프랑스에서 건너왔지만 칠레 토착 품종처럼 여겨지는 까르미네르를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2003년 몬테스 퍼플 앤젤(Montes Purple Angel)도 탄생시켜 카르미네르 와인의 품질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카르미네르에 쁘띠베르도를 8% 정도 섞는 이 와인은 블루베리, 자두 등의 과일향과 스파이시, 농밀하고 부드러운 탄닌을 지녔고 모카, 볶은 커피, 담배 향 등이 잘 어우러집니다.
몬테스는 한국 시장 1등 비결로 일관된 품질, 음식과의 뛰어난 매칭, 와인의 밸런스를 꼽았습니다. “특히 한국인 입맛과 음식에 잘 맞는 점이 20년 동안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인 것 같아요. 또 와인 초보때나 10년동안 풍부한 와인 경험을 한 뒤에도 여전히 맛있게 느껴질 정도로 일관된 맛을 유지하는 점도 크다고 봐요. 와인메이커는 빈티지에 따라 과연 똑같은 특징과 캐릭터를 지닌 와인을 만들어 낼수 있을지를 가장 걱정하죠. 콜라처럼 완전히 똑같이 찍어 낼수 없기 때문이죠. 빈티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품질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답니다. 최고의 와인은 아니더라도 뛰어난 일관성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한국 소비자들이 높이 산 것으로 보이네요”. 그는 와인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으로 대부분의 포도를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재배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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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상징으로 사용하는 몬테스 와인들 |
몬테스는 왜 천사를 와인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을까요. 몬테스는 아우렐리오 몬테스외에 더글라스 머레이, 알프레도 비다우레, 페드로 그란드가 의기 투합해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그중 수출 및 마케팅을 총괄한 더글라스 머레이(Douglas Murray)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사고와 암으로 끊임없이 시달렸는데 매번 고비를 넘기자 뭔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수호천사가 있다고 여겼다는 군요. 그래서 그는 몬테스 설립때 와이너리를 지켜주는 심볼로 천사의 이미지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몬테스 알파 M은 바로 그의 성에서 따온 것으로 몬테스 와인의 상징인 천사를 탄생시킨 머레이를 기리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머레이는 201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무 담당 비다우레는 2008년 근육병의 일종인 ‘루게릭 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는데 그를 기려 몬테스는 한국 근육병 재단에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가 보는 한국 와인시장의 미래는 어떨까요. “와인을 오래 생산한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와인 소비가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국같이 와인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국가는 점점 소비량 늘고 있는 것이 전반적 추세죠.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와인 소비가 점점 늘고 있어 한국 와인시장은 지금보다 성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몬테스는 한국 시장에서 20년 동안 확고한 자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커질 시장에서 계속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몬테스는 여러 와인들을 빚지만 그가 가장 애착하는 와인은 몬테스 폴리 시라라고 하네요. “칠레에서 시라가 잘 자란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게 된 와인이라 자부심이 커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 론이나 호주 쉬라즈와는 또 다른 굉장히 좋은 품질을 보여주는 와인인 만큼 칠레 시라 와인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