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학교 폭력, 과도한 학습 부담 등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를 못 펴게 하는 적폐가 즐비합니다. 청소년들의 문제는 곧 부모와 국가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며 꿈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청소년 氣 살리자’ 시리즈는 청소년들의 육성을 있는 그대로 싣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발언대’가 되겠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사진·한방신경정신과)는 7일 분노의 4가지 형태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것만을 분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분노도 많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분노를 즉각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분노의 전형인 ‘공격적 분노’ 이외에도 얼핏 분노와 관계없어 보이는 행동들까지도 분노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예컨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피가 날 때까지 손가락을 물어뜯거나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행동을 하면 분노를 자신에게 표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수동적 분노’는 대개 분노를 참거나 피해버리려는 심리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일부러 상대방의 화를 돋우거나 제3자에게 신경질을 내는 유형의 분노도 있다. 이른바 ‘투영공격적 분노’는 상대방의 분노를 일으킨 뒤 이를 거울 삼아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는 것을 이른다. 자신이 오히려 약자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표출방식이다.
‘수동공격적 분노’는 분노를 유발한 대상이 아닌 제3자에게 짜증이나 신경질을 내는 방식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인데, 이런 행태의 분노는 대개 속으로 삭이는 분노가 축적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화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김 교수는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 경우 신체적 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분노가 쌓이는’ 징후는 가슴의 답답함, 목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 화를 갑자기 뿜어냄, 얼굴에 열감 등이 있다.
그는 “이런 징후가 계속되면 심하게는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노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분노조절법은 에너지를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보다 독하게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격하게 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분노로 쌓인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으라는 것이다.
그는 “분노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이기 때문에 격해질 것이 예상된다면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라며 “자신의 분노를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