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는 화재 발생 때 일반적으로 불리는 불이 제어가 안 돼 가재도구는 물론 인명까지 앗아가 마귀 같다 하여 ‘불 마귀’라는 뜻이고, 농연은 합성수지·인조견 등 가연물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유독성가스 농도가 높은 연기를 말한다. 특히, 유독성가스 중 시안화수소(HCN)는 0.3% 정도 농도에서도 즉시 사망할 수 있으며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사용했던 가스로 유명하다. 또 맹독성 화학물질인 포스겐(COCl₂)은 일정시간 흡입하면 심각한 폐 손상을 일으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 |
물질이 급격하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열과 압력을 생성하는 현상을 폭발이라 하고, 열은 고온의 화마로 나타나는데 물질은 불완전연소로 유독성가스인 농연을 만들어낸다. 화염을 동반하며 이동하는 고열의 농연은 수평으로 이동하지만 계단과 같이 수직으로 돼 있는 공간에서는 이보다 3, 4배 빠르게 올라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대폭 축소시킨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화재 사고 사망자 중 약 60%가 연기·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했다. 화재의 원인은 지난 10년간 화재 발생에 대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원인미상이 10%대이고, 나머지 90%는 전기·담뱃불·불장난·불티·방화 등이었다.
작은 불씨가 커져 고온 및 고압의 더 큰 화재로의 성상(불의 특성)을 막고 유해가스를 잔뜩 품은 농연으로의 확산 및 이동을 방어하고 축소시키기 위해 소방법과 건축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가 보다 안전한 방화시스템 구축을 위해 세부적인 기준을 해마다 수정·보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화재, 즉 연소는 네 가지 요소인 가연물질, 열, 산소, 그리고 화학반응 중 한 가지라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으면 곧 소멸된다. 이에 화재소멸의 기본원리를 이용해 화재 예방 및 진압을 위한 효율적인 방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인적·물적 손해는 피할 수 없게 되고 발화 원인을 찾은 후에는 대응조치가 적절했는지 책임 문제가 대두된다. 이에 따라 화마와 농연의 발생 지점과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화재 발생을 목격한 목격자, 자동차 블랙박스, 폐쇄회로(CC) TV, 건물 내부 보안센서·카메라는 물론 최초 119 신고자와 진압과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관 진술의 자료를 확보하는 등 화재 발생 원인과 책임을 화재역학 및 과학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명확히 규명하는 화재감식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고도성장이라는 국가의 경제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성급하게 뛰다 보니 다른 어느 나라보다 화재 발생 가능성 건물이 많다. 오래된 건물의 경우 과거의 소방법과 건축법을 적용했거나 불법 개조로 화재 방화구획의 미설정 공간이 많다. 또 전선도 낡고 녹슨 것이 많아 합선에 의한 불꽃 발생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에 작은 불꽃이 화마와 농연으로 변해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제 1년 중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봄철이다. 아까운 재산과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화마와 농연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