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대회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자는 6009명에 달한다. 이 중 장애인 참여자는 37명으로 비중이 매우 작다. 안방에서 열리는 ‘장애인의 축제’라지만 자신도 거동이 힘든 와중에 남을 돕는다는 것이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태규는 인터뷰에서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선수나 장애인 관중에게 필요한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운전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경사로를 주행할 때 내 도움이 절실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는 입장에서 그 아픔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장애인 육상선수 하태규가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하태규와 어머니 오미향씨가 지난해 11월 전북 임실 지역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하태규 제공 |
거듭된 상처 탓에 지독한 오기가 생긴 건 4년 전이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2014년 장애인 육상에 입문했다. 재활에 미친 듯이 매달린 끝에 지난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서울시체육회 대표로 나가 100m와 2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최고기록은 100m 13.85초, 200m 29초다. 학교에서 늘 부러워했던 ‘날쌘돌이’ 친구들 못지않게 달릴 수 있게 된 그는 그제야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한편 뇌전증(간질) 장애를 앓고 있는 김순예(43)씨도 수화통역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탠다. 김씨는 국가 공인 수화통역 자격증을 따기 위해 40살에 대학 문을 두드린 ‘늦깎이 학생’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화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해 패럴림픽에서 청각장애인의 ‘귀’가 돼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김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