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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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신생아 없다는데 유치원은 모자란 '기이한 대한민국'?

A씨는 "아이 없는 것 같지만 막상 유치원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며 "대기번호 한번이라도 받아본 이들은 유치원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현재 애 1명 낳아 키우는데도, 맞벌이하고 있는데도 정말 등골이 휠 지경"이라며 "우린 이렇게 고생했어도 내 아이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대우 받으면서 자라길 바라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C씨는 "4차 산업혁명 때 사라질 직업이 상당하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군이 허다한데, 우리 아이들은 무슨 수로 취업하겠냐"며 "후손을 위해서라도 저출산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씨는 "한국도 이제 다문화 사회다. 이건 좋은데 어린이집, 유치권 우선 배정 등 외국인들이 받는 특혜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받는 상대적 불이익은 생각 안 해봤냐"고 반문했다.

E씨는 "서울의 작은 빌라에서 애 둘 키우고 있다. 다른 애들은 좋은 옷 입고 다니는데, 부모가 예체능학원 보내주는데, 난 그러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하소연했다.

F씨는 "첫째 아이 이번에 유치원 입학했는데 벌써 100만원 가량 나갔다"며 "올해도 연봉은 사실상 동결인데, 이번달 또 어디서 지출을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연간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70만명 선이 무너진 유치원생 수가 5년 사이 10만명 이상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60만명대였던 유치원생 수는 2016년(4월1일 기준) 70만4138명까지 늘어났다.

취원율이 50% 안팎까지 높아지고 '2010년(백호의 해)'과 '2012년(흑룡의 해)' 일시적으로 출생아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다시 출생아 수가 줄면서 지난해 유치원생은 69만4631명으로 집계됐다.

◆유치원생수 5년새 10만명 이상 더 줄어들 듯

2022년에 유치원에 다닐 나이인 2016년 이후 출생한 아이의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출생아 수는 40만6200명, 지난해 출생아 수는 37만7700명이다.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경우 2022년 유치원에 갈 나이의 어린이는 110만명대까지 줄어든다.

지난해 취원율이 50.7%인 점을 고려하면, 유치원생 수가 50만명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출생아 수는 정부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도심 과밀학급 문제 해결엔 도움된다는 시각도

국립·공립유치원 확대 계획을 준비하고 있던 교육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추산했던 2022년 기준 유치원생 수를 올 초 수정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 인구전망(중위추계)에 따라 2017∼2018년 출생아 수를 각각 40만7000명과 40만6000명으로 잡았는데, 지난해 실제 태어난 아이들이 전망치보다 5만명이나 적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2020년대 중반부터는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학비 부담을 완화해 양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 개인의 소질·적성을 발현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거스르기 어렵다며 차라리 이를 잘 활용해 도심 과밀학급 문제 등을 해결되면 학생 중심 수업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