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4일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김백준(구속기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을 통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생산된 청와대 문건 일부가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의 다스 창고로 옮겨진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이 문건들을 확보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사 과정에서 빚어진 단순한 실수”라며 검찰을 상대로 ‘압수한 문건을 돌려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2차례 소환을 통보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하는 대신 낸 진술서에서 ‘5·18은 폭동이고 북한이 개입했으며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등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는 주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전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통 일반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검찰 출석 요구에 3차례 불응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과 동시에 다른 전직 대통령을 강제조사하는 건 부담스럽다”말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1심 결심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는 오는 4월6일로 예정돼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더 있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사건 1심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뇌물수수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오는 시점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쯤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생존한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검찰 ‘칼끝’에서 벗어난 이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1932년생으로 올해 86세인 노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2002년부터 벌써 10여년째 와병 중이다. 그 때문에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그리고 2015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등 중요한 국가적 의례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