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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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비행기 5대 이상 있어야 면허

기준 강화 … 자본금도 300억으로 상향 / ‘국내선 2만회 무사고 국제선 진입’ 삭제 / 일부 “글로벌 시장 추세에 역행” 주장 / 부실 항공사 퇴출 기준도 크게 강화
앞으로 신규 국제선 항공사업 면허를 취득하려는 사업자는 납입자본금 3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보유 항공기(기재)는 최소 5대가 필요하다. 이는 각각 현재 150억원, 3대에서 높아진 기준으로, 저비용항공사(LCC) 신규 진출 포화에 따른 과당경쟁 등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상의 ‘규제 강화’가 글로벌 시장 움직임과 반대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운수권 배분규칙 개정안’을 14일 입법 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은 관계기관 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7월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서는 먼저 과거 LCC 진입 촉진을 위해 완화한 면허 기준을 다시 강화한 게 눈에 띈다. 정부는 2008년 기존의 2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완화했던 국제항공운수사업 면허 기준 자본금 요건을 300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보유기재도 과거 5대에서 3대로 완화했던 것을 5대로 다시 상향한다. 국내선 2만회 무사고 시 국제선 진입을 자동으로 허용하던 규정은 없앤다. 국내항공운송사업의 경우 자본금 50억원에 기재 1대면 면허 취득이 가능해, 이를 통한 우회 국제선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는 자본금 기준 상향에 대해 “현재 기준으로는 신규 항공사가 진입해도 조기 부실화가 우려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항공사 신규 설립 시 면허획득, 운항증명(AOC), 운항착수 등 초기 단계에서만 300억원 이상이 소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 기준 상향은 항공기가 많을수록 정시성이 높아지고, 노선 네트워크가 효율화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LCC가 최소 6∼8대의 기재 항공기를 보유한 이후부터 영업 흑자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해외 시장 움직임과 동떨어진 행보라고 주장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납입자본금 기준 등을 강화하는 건 세계적으로 항공시장 진입장벽을 열어주는 추세와 맞지 않는다”며 “신규 진입자가 늘어날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항공 안전에 대한 사업자 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지, 시장 진입 규제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국토부로부터 면허 신청을 반려당한 충북 청주 기반 ‘에어로K’와 강원 양양 기반 ‘플라이양양’은 새 기준에 맞춰 조만간 면허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주원석 플라이양양 대표는 “올해 초부터 관련 법 개정안 이상의 기준으로 면허 신청 요건을 충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시장 진입 ‘허들’을 높이겠다는 건데 그 취지에 맞춰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보 에어로K 마케팅본부장은 “지난해 면허신청 시 주문한 기재가 8대이기 때문에 강화된 기준에 충족되고, 자본금도 문제없다. 연내 면허 발급을 재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항공사 관리도 강화한다. 부실 항공사는 실제 퇴출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선된다. 현재 2분의 1 이상의 자본잠식 상태가 3년 이상 지속해야 국토부가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앞으로는 개선명령 발동 시기가 2년 단축된다. 또한 국토부는 개선명령을 받은 뒤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3년 이상 지속되면 면허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고, 면허취소 시기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상장된 항공사 중에 자본금이 2분의 1 이상 잠식된 회사는 없다. 다만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만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일부 자본잠식 상태다.

나기천·김승환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