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미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선물을 안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역대 미국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북한과 협상을 할 것이라며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우선 향후 북·미 협상에서 어젠다 설정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주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 사전 전제 조건 없이 북·미 정상회담에 합의해 준 것은 트럼프 정부가 처음부터 손해를 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면서 핵·미사일 시험 자제를 밝히고, 한·미 연합훈련을 양해한 것은 미국 입장에서 승점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반박했다.
베이징으로… 도쿄로… 대북 특사단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사진)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그간의 남북한 및 한·미, 북·미 간 협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12일 각각 김포공항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포=이제원 기자 |
시진핑 만난 정의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2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두번째)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 북·미 간 협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
대북 군사 옵션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손에 쥐고 있는 카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핵 폐기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남은 방법은 해상 차단, 해상 봉쇄 같은 물리력을 동원한 대북 압박 캠페인과 선제 타격 같은 군사 옵션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울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日 외무상 만난 서훈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2일 오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오른쪽 두번째)과 면담을 갖고 최근 남북 및 한·미 간 협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는 마지막 비장의 카드는 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관계 재조정이다. 제임스 루빈 전 국무부 차관보는 10일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 조정 여부를 타진할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루빈은 “트럼프는 국제주의자가 아니라 국수주의자이고, 해외 주둔 미군 유지를 위한 값비싼 비용 지급과 그 목적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