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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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에만 매달려 여가 없는 삶… 고장 난 소상인 워라밸 시계

일과 삶의 균형도 41.8점/ 일·개인시간 비율은 9대1 / 생계형 많아 개인생활 없어 / 정부 사회안전망 확대 절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소상인들의 일과 삶의 균형도(워라밸)는 예상대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소상인들이 느끼는 일과 삶의 균형 점수가 40점대에 그쳤다. ‘과로사회’ 한국의 우울한 민낯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소상인 일과 삶의 만족도’를 조사해 12일 공개한 결과, 소상인들이 느끼는 일과 삶의 균형도는 41.8점에 불과했다. 40세 미만은 48.4점, 60대 이상은 38.4점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일과 삶의 균형도는 더 떨어졌다.

소상인들은 일하는 데 10.9시간을 썼지만 개인생활에 1.4시간밖에 못 썼다. 일과 삶의 비율은 약 9대 1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업종 모두 소상인의 하루 개인생활은 2시간 미만이었다. 특히 50세 이상과 도·소매업, 음식점업에서 전체 평균을 밑돌았고, 월 매출 규모가 높아도 개인생활 시간 확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소상인들이 희망하는 노동시간은 평균 8.3시간으로 실제 일하는 시간보다 2.6시간 짧았다. 희망하는 개인생활 시간은 평균 3.1시간으로 실제 개인생활 시간보다 1.7시간 길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일과 삶의 균형이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는 ‘변화 없다’는 응답이 67.1%로 가장 높아 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빠졌다’는 응답이 29.1%에 달했고, ‘좋아졌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협하는 요소(복수응답)로는 내수 불안 등 경기침체(72.9%)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한 경제적 여유 부족(60.4%), 오랜 노동시간(37.1%) 순이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정부 지원(복수응답)으로는 사회안전망 확대(48.4%)가 가장 많이 꼽혔고 사업영역 보호(43.9%), 사업 활성화 지원(38.1%), 노동시간 단축 지원(28.7%)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12월 자동차·부품판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우리나라에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아 소상인의 일과 삶의 균형도가 매우 낮다”며 “정부가 임대료 상한제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 대책과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폐업 시 재출발 지원 등 넓은 차원에서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