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된다고 해서 여러 직업이 바로 사라지긴 어렵다"며 "국민들이 이 새로운 4차 산업에 기반한 기술과 시스템을 얼마나 제대로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게 늦어진다면 당분간 기존 직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앞으로 기계를 다루는 단순 생산직은 물론, 은행 등 금융서비스직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이제 우리 인간들은 무엇을 하면 될까. 양극화는 더욱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D씨는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닌, 기계에 인간이 얹혀사는 세상"이라며 "누구를 위한 기술 발전이고, 혁신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씨는 "일부 전문가들이 20여년 전에도 곧 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직업 중 정말 없어진 게 몇이나 되냐"며 "당장 내일 벌어질 일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생계가 달린 미래 직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씨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번역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은 돈 버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앱으로 1~2초에 실시간으로 번역이 가능한 세상"이라고 전했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단순조립, 요금수납, 시설안내, 창고관리 등의 일자리가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공개한 '4차 산업혁명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직무의 숙련 수준과 정형화 정도에 따른 기술대체 가능성을 분석했다.
먼저 고숙련·비정형업무의 경우 기술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개발, 공정관리, 설비 유지보수, 법률전문가, 의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숙련·비정형업무도 기술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진단했다. 정육가공(발골), 청소, 간병, 육아 등이 대표적이다.
고숙련·정형업무의 경우 기술 대체 가능성을 '중간' 정도로 내다봤다. 회계사무, 법률사무, 통·번역, 임상병리, 영상의학분석 등이 해당한다.
이에 반해 저숙련·정형업무는 기술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단순조립, 계산 및 출납, 시설안내, 창고관리 등읠 일자리는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하는 방식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원격근무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형태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온디맨드 서비스(services ondemand)' 확산으로 플랫폼 근로자가 증가하고, 프리랜서나 프로슈머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직업 vs 위기직업…전문가들 전망 들어맞을까?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직업 10개와 위기직업 6개를 선정했다.
유망 직업으로는 △사물인터넷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가상현실 전문가 △3D프린팅전문가 △드론전문가 △생명공학자 △정보보호전문가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로봇공학자 등을 꼽았다.
반면 위기직업으로는 △콜센터 요원(고객상담원 및 안내원) △생산 및 제조관련 단순종사원 △의료진단 전문가 △금융사무원 △창고작업원 △계산원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금융사무원에 대해) 금융권에서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하거나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는 업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은행직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가 확산되고 있고 소액결제와 이체 시스템이 모바일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예금 이체 등이 자유로워지면서 금융사무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계의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투자 성향, 목표 등을 입력하면 시황을 투자분석가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해 투자 조언을 한다"며 "보험계약자의 위험요소를 평가해 보험가입 여부와 승인을 결정하는 일도 인공지능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의료진단 전문가에 대해선 "IBM의 왓슨이 의사보다 CT 이미지를 보고 폐암을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독하며 진단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빠르게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는 심박수뿐 아니라 스트레스지수, 산소포화도 등 더 다양한 건강 관련 지수를 측정할 수 있다"며 "향후 혈당, 혈압, 콜레스트롤 수치 등을 간단히 측정하는 기기가 발명되면 의료진단 업무 수행자의 업무가 변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계산원에 대해선) 메뉴 주문 터치스크린이 맥도날드 등 대형 햄버거 패스트푸드점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대기업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무인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시범 시행중인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체의 무인 주문 시스템은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일종의 무인 주문시스템인 키오스크 대신 모바일 앱을 활용해 주문·결제를 받기 시작한 외식업체들도 늘고 있다. 실제 2014년 ‘사이렌오더’를 도입한 스타벅스, 지난해 초 ‘쉡 앱’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한 글로벌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이 대표적이다.
◆"기술 발달로 노동시장서 낙오되는 이들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보고서는 각 주체별로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도 제시했다.
산업계의 경우 공장자동화 등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근로자와 노조가 이해를 같이하고 협력해야 하고, 근무 장소와 근로시간, 채용, 교육훈련 등 조직 및 인사관리 제도를 유연하게 재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로자단체의 경우 책임있는 자세로 사측과 함께 직무변화 크고 일자리 위기에 있는 직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교육에 적극 나서고, 근로생활 전반의 변화를 연구하고 대책을 세움으로써 고용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과 개인이 신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민의 안전과 위생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신직업 발굴과 (개인)창업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노동 및 환경 변화에 대응해 노·사·정의 새로운 방향 설정에 중심 역할을 해야하고, 플랫폼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경력개발 취약계층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평생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실직하거나 노동시장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