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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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기업 신입 공채 화두는 ‘공정성’

공기업·금융권 채용비리로 투명성 요구/취준생 89% “탈락 사유 알려줬으면”/기업 “많게는 10만 지원… 사실상 불가능”/삼성 ‘상식’ 폐지·LG 3곳 중복 지원 가능
상반기 대기업 공개채용 시즌을 맞아 국내 대기업들이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최대 화두는 ‘공정성’이 될 전망이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에서 채용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어 어느 때보다 투명한 채용이 요구된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위해 ‘탈락사유를 공개하라’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그룹의 2018년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삼성은 지난해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한다. ‘삼성고시’로 불리는 인적성 시험 GSAT는 4월15일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 GSAT에서는 ‘상식’과목이 폐지됐다. 삼성 관계자는 “광범위하게 준비해야 할 상식 시험이 없어지면서 입사 희망자들의 부담이 줄었을 것”이라며 “업무에 불필요한 자격증 등 고스펙을 쌓은 인재보다 자신의 전공에 집중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LG는 지원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 3개의 계열사에 중복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LG는 인적성 시험인 ‘LG 웨이 핏 테스트(LG Way Fit Test)’를 통해 통합적 사고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 시험에는 한국사와 한자 10문제도 출제된다. LG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대부분 채용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세 곳 모두 합격한 사람의 경우 세 번의 기회를 얻게 된다”며 “자신이 지원한 계열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으면 합격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SK는 역대 최고수준인 85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롯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서류를 점검하는 것이 특징이다. KT 역시 다음주 채용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재계는 최근 취업비리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만큼 채용의 공정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취업비리가 불거지고 있어 부담스럽지만 늘 해왔던 방식대로 투명한 공채를 진행하겠다”며 “대기업 입사 비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투명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투명한 채용을 위해 자신이 탈락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사람인 조사에서는 취업준비생 89.3%가 탈락 사유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업이 지원자의 서류 탈락 이유 통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청원도 제기됐다.

재계는 모든 지원자에게 탈락 이유를 설명해 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4대그룹 관계자는 “많게는 10만개의 서류가 접수된다”며 “기본적으로 100대 1의 경쟁률이 넘어서 일일이 설명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말 안타깝게 탈락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많다”며 “이 부분만 고치면 될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이를 알려줄 경우 다른 지원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차마 말을 못 해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