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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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준의 ★빛사랑] '미투 진실공방' 휩싸인 김흥국 사건

가요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 이제부터 시작인가. 인기 유명 가수로는 김흥국(59)이 첫 폭로자의 등장으로 ‘미투’와 관련해 제일 먼저 구설수에 올랐다. 

김흥국 성폭행 의혹이 제기될 때만 해도 처음에는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비쳐졌으나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미투’ 사례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미투’는 성추행·성희롱·성폭행을 위계 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당한 모든 성 관련 피해를 일컫는다. 

가수 김흥국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30대 여성도 이런 ‘미투’운동에 용기 내 나온 피해자였고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몹시 분개했다. 

그런데 상황은 하루가 지나 ‘미투’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폭로는 억대의 돈 때문이라는 반박설이 나오면서 김흥국을 향한 비난은 주춤한 상태다.
 
결국, 두 사람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돼 ‘미투’보다는 일반적인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다뤄지게 됐다. 

김흥국은 “성폭행은 없었다”며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강력하게 입장을 밝힘에 따라 누가 억울한지는 재판 판결을 받아봐야 가려지게 됐다. 

현재까지 보이고 있는 이들의 진실공방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떤 결말이 나더라도 성폭행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 의혹에 연루된 자체만으로도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가수 김흥국에게는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 발단 및 전말= 김흥국을 상대로 처음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은 30대 보험설계사다. 이 여성은 지난 14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뉴스에서 김흥국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2년 전 보험설계사로 일할 때 지인의 소개로 김흥국 씨를 알게 됐으며 2016년 11월 김흥국 씨를 비롯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었고 깨어보니 김흥국 씨와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김흥국을 향한 비난은 엄청났다. 다음날 김흥국은 일부 언론과 측근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2년 전 지인 J모씨가 잘 아는 여성이 미대 교수인데 일로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소개해 차를 한잔 했다. 

이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료 가수 디너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그 호텔 룸에서 뒤풀이가 마련됐는데 그 현장에 이 여성이 또 찾아와 출연 가수, 관계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술자리가 길어져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모두 다 가고 난 후였으며 그 여성은 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어서 당황스러웠다”며 “난 소파에, 여성은 침대에 있었고 성관계는 당시 너무 술이 과해 있을 수도 없었다”고 성폭행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 엇갈린 주장= 이 때까지만 해도 김흥국을 향한 비난은 거셌다. 그러나 또 다른 반박을 통해 “성폭행을 터뜨린 여성이 1억 5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자 자신을 성행폭범으로 몰았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흥국도 이번 일로 억울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김흥국은 “여성이 주장하는 성폭행이나 성추행이 없었고 성관계도 없었다”며 “오히려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는 정황 증거들이 많다”며 여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과 함께 무고 혐의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흥국은 “이 여성이 여러 이유를 핑계로 계속 만남을 요구해왔고 (내) 초상화를 그렸다며 선물을 하는 등 계속 만나자는 요구를 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대 교수도 아닌 보험회사 영업 사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연락을 피했다”면서 “‘자신이 잘못된 남녀 관계 문제로 법적 소송이 걸려 있는데 소송 비용으로 1억 5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요구해와 첫 만남부터 의도된 접근이란 의심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지난 15일 MBN 인터뷰를 통해 김흥국의 주장이 “황당하다. 고소를 준비하겠다”고 반박했다. 이 여성은 “호텔 CCTV를 돌려보라고 하고 싶다”며 “제 손목을 잡아끌고 들어간 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대 교수라고 칭한 적이 없다. 보험 한다고 얘기 드렸다”면서 1억 5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는 김흥국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과를 안 하시니 금전적으로라도 해주세요라고 얘길 한 것이지 구체적 금액을 얘기 안했고 받을 마음도 없다”고 강조했다.

◆ 결말은?= 양측은 서로 자기 주장이 맞다며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라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은 양측 모두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진실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쌍방 고소로 사법당국 조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가려질 것이다. ‘미투’로 보는 시각이 멀어진 이유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